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16일 오전 10시 서울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가 거행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시복 선언을 하자 감격에 겨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시복미사는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한다.

이날 순교자 124위 시복식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세 번째로 열리는 시복식으로 앞서 일제 강점기인 1925년(79위)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직후인 1968년(24위)에 열린 시복식은 모두 로마에서 열렸다.

교황은 미사 집전에 앞서 한국 천주교 최대 순교 성지인 서소문 성지에 들러 헌화와 기도를 마쳤다.

약 30분 간의 카퍼레이드를 통해 일반 신자들과 만난 뒤 광화문 광장 북쪽 끝 광화문 앞에 설치된 제대에 오른 교황은 제대 앞에서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복자 반열에 올려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고 낭독했다.

공동 집전자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양옆에 자리잡았다.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의 시복 청원에 이어 124위 순교자 시복을 위한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 신부가 순교자 124위의 약전을 낭독했다.

이어 교황은 라틴어로 한국의 순교자 124위를 복자로 선포하는 선언문을 천천히 또박또박 낭독했다.

역사적인 교황의 시복 선언에 이어 124위 복자화가 공개됐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걸린 가로 3ｍ, 세로 2ｍ의 복자화 ‘새벽 빛을 여는 사람들’은 천주교 신자인 김형주 화백의 작품이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순교자들의 유산은 이 나라와 온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그리고 진정한 인간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모든 한국인에게 큰 기쁨의 날”이라면서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감사인사를 통해 “이번 시복식을 통해 한국 교회가 우리사회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복음화를 위한 빛과 소금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순교자들의 피가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복음화되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그들과 복음의 기쁨을 나누는 교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