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트위터에 갑자기 ‘문재인 금괴설’이 등장했습니다. 2012년 대선 직전 한 네티즌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이 금괴 1000t을 빼돌렸다”고 적은 게시물이 뒤늦게 회자된 것입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금위원회(WGC)가 발표한 2012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금 보유량은 104t입니다. ‘문재인 금괴설’에 따르면 문 의원은 러시아(996t)나 일본(765t) 보다도 많은 금을 보유한 셈입니다. 때 아닌 괴소문에 네티즌들은 ‘문재인이 만수르(중동 대부호)냐’ ‘차라리 이 주장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한국 경제 살릴 수 있게’ ‘황금왕 문재인’ 등의 댓글을 달며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퍼지는 황당한 소문과 음모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볍게 웃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전파력에 있습니다. 일단 트위터에 올라와 리트윗(재전송) 되기 시작하면 아니 땐 굴뚝에도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여기에 카카오톡과 증권가 메신저 등을 거치면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
‘선릉역 알몸녀’도 비슷한 사례였습니다. 젊은 여성이 나체로 인도를 걷는 동영상이 25일부터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는데 ‘연인 싸움설’ ‘음란사이트 회원설’ ‘경찰 입건설’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28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 동영상 최초 유포자는 “25일 오후 3시쯤 선릉역 공영주차장에서 결별을 요구하는 남자친구와 싸우던 여성이 분을 못 이겨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화가 난 남자친구가 벗어놓은 옷가지를 들고 가버리는 바람에 이 여성이 알몸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이 유튜브 등 해외사이트에 처음 올라간 것은 이보다 한참 전인 21일로 확인됐고,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SNS에서 관심을 끌려고 누군가 기존에 돌아다니는 영상에 이야기를 덧입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해당 여성이나 가족으로부터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유포자들을 찾아 처벌할 방침입니다.
인터넷과 SNS는 집단지성을 통한 공론의 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빗나가면 마녀사냥식 ‘신상털이’는 물론 악성 루머의 진원지가 됩니다. ‘문재인 금괴설’과 ‘선릉역 알몸녀’도 모두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