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변화무쌍하고 온갖 우여곡절이 있는 여정과도 같다. 즐거운 삶이 계속될 것 같았다가도 어느 순간 고통의 나락에 떠밀려 한치 앞도 바라볼 수 없게 되고, 그러면 누구나 갑작스럽게 닥친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수단을 찾아 발버둥 치게 된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 오이디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테베의 왕으로 신탁에 따라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었는데, 결국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스스로 장님이 되어 추방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유명한 심리학자인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바탕으로 1899년 자신의 저서 ‘꿈의 분석’에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발표했다. 이는 사내아이가 유아기 때 무의식적으로 어머니에게 독점욕과 일종의 성적 애착을 가지고 동성인 아버지를 경쟁자로 인식해 질투와 반감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후 많은 인류학자들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재해석한 이론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인간의 본성은 성욕이 아니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불멸을 추구하는 영웅성과 종교성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이다. 인류학자인 어네스트 베커는 자신의 저서인 ‘죽음의 부정’에서 노만 브라운의 ‘오이디푸스 프로젝트’ 개념을 인용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오이디푸스 프로젝트는 “자기원인으로 스스로 신이 돼 죽음으로부터 비상하려는 유아적 나르시시즘으로 스스로 아버지가 되려 하고, 스스로 독립적인 주체가 되려 하고, 그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통제하려는 심리”라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진화 과정을 거쳐 온 오이디푸스 이론이 이번에는 ‘오이디푸스 저니’(Oedipus Journey)의 개념으로 발전되어 눈길을 끈다. 오이디푸스 저니의 개념은 종교심리와 죽음학을 연구한 배병훈 저자에 의해 완성된 개념으로, 그는 저서 ‘스티브잡스의 오이디푸스 저니’를 통해 이러한 이론을 잘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오이디푸스 저니를 설명하기 위해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자서전을 활용했다. 다시 말해 스티브 잡스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의 여정을 살펴보면서 오이디푸스 저니의 개념을 설명한 것이다. IT기업의 천재적 혁신가이자 기업가였던 스티브 잡스의 성공 뒤에 감춰진 인간적 고통과 고뇌, 그가 평생을 추구했던 궁극적 관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적인 탄생과 영웅성, 추방과 구원으로 이어지는 삶을 통해서 종교성을 지닌 인간의 삶 전체를 포괄해서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추방된 후 거의 10년 간 또 다른 큰 시련과 좌절, 예기치 않았던 영광을 성취해 성숙한 모습으로 애플에 복귀한 뒤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회생시키는 과정을 살펴본다.
결국 인간에게는 보편적으로 종교성이 잠재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은 초월적 실재와의 연결고리를 회복한 종교성을 지닌 삶만이 현대 인간의 모든 실존적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임을 제시한다.
배병훈 저자는 “모든 인간은 존재론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적 영웅성을 꿈꾸게 된다”며 “결국 이 책은 스티브 잡스가 말한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말처럼 삶의 여정을 우둔하게 계속할 때에만 스스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스티브 잡스의 오이디푸스 저니/배병훈 지음/바우(BOW) 펴냄/234쪽/1만3500원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