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에서 ‘경비! 경비!’ 불러서 ‘이거 받아 먹어’ 그러면서 (먹을 것을) 위층에서 던졌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분신해 중화상을 입은 경비원 이모(53)씨가 평소 입주민으로부터 심한 폭언, 모욕 행위를 당했다고 동료 A씨가 라디오 방송에서 주장했다.
A씨는 13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씨의 부인에 따르면) 이씨가 전에는 참 성격이 활발하고 좋다고 그랬는데 그쪽 동으로 옮기고 입주민들의 꾸지람과 질타로 해서 동기가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입주민이) 손가락질을 하면서 ‘경비 너는 뭐하고 있길래 이런 것도 못하냐!’며 자존심이 상하게 질타를 한다”며 “(자살 당일도) 입주민이 굉장히 심하게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질타를 했는데 그런 후 조금 있다 자살소동이 벌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A씨는 “그 분이 5층에 사신다고 그러는데 5층에서 경비에게 오라 해서, 5층 쪽으로 가면 (먹을 것을) 던진다”고 말했다.
또한 “매주 일주일에 이틀은 분리수거작업을 하는데 이 입주민은 꼬챙이 같은 걸 갖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을 한다. 밑에서부터 뒤져서 다른 이물질이 들어 갔으면 경비를 불러서 마구 모욕적인 얘기를 한다”며 “좀 성격이 유별난 분”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분도 그 입주민만 보면 심장이 뛰고 그래서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해 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씨의 유서에 ‘여보 사랑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라는 문구가 있었고 입주민을 원망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9시30분쯤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세워진 그랜저 차량 안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전신에 3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속한 민주노총 서울일반 노동조합 측은 12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아파트 입주자들을 대표하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번 일과 관련해 해당 경비원의 가족을 위로하고 입주자들의 일상적인 인격무시에 대해 경비노동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분신사고 대책 마련과 재발방지 논의를 위해 노동조합과 입주자 대표회의 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함께 일하는 다른 경비노동자들도 일부 입주민들로부터 평소에 무시와 모멸감 등을 자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외부에서 사고 난 차량을 경비원의 탓으로 전가하고, 한 입 베어 문 시루떡을 먹으라고 주는 등 마치 개·돼지가 된 듯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