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느님’입니다. 유재석은 지난 27일 막을 내린 ‘2014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강호동과 대상을 양분하다보니 또 대상인가 싶기도 하지만 KBS에선 9년 만에 수상입니다.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것을 감안하면 친정에선 MBC·SBS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상복이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일단 축하합니다. 그런데 유재석이 대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지상파 연말 시상식 권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이긴 하지만 ‘해피투게더 시즌3’는 폐지설에 시달릴 정도로 시청률 부진을 거듭했습니다. 식상한 포맷은 프로그램 개편으로 이어졌습니다. KBS가 내년 1월 중순부터 ‘해피투게더’ 시즌4를 선보이기로 결정한 속사정입니다. ‘나는 남자다’는 이달 들어 아예 폐지됐습니다. 시즌제 운영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시즌2가 언제 방송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유재석 조차도 대상 소감에서 “대상을 많이 받았지만 이번엔 정말 몰랐다. 모든 면에 있어서 내가 이 상을 받는 게 맞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하다”고 털어놨습니다.
물론 대상 자격이 충분치 않기는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유재석에 밀릴 이유도 딱히 없었습니다. 특히 김준호는 ‘개그콘서트’의 실질적 리더로 수많은 수상자들이 그를 언급했습니다. 차태현과 함께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를 회생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신동엽도 KBS 기여도가 유재석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유재석 대상 수상을 놓고 유독 KBS에서 대상복이 없었고, ‘나는 남자다’ 폐지로 인한 위로 차원, 새 예능을 다시 같이 해 보자는 성격이 아니겠느냐는 시선이 방송가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재석 대상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2014 KBS 연예대상’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습니다. 신동엽과 유희열, 성시경의 남성 3인 MC 체제는 왜 여성 MC를 기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으로 충분치 않았습니다. 신동엽의 임기응변이 아니었다면 더욱 도드라질 뻔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종일관 어색한 자사 망년회에 가까운 행사를 생중계하는 것은 자유입니다만 60대 사장과 젊은 여성 연예인이 나와 대상을 시상하는 것은 너무 전근대적이고 마초적이지 않나요.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