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직원 두 명이 교내에서 남학생을 성추행하고 드릴로 위협까지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는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광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초등학교 남학생을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광주 모 초교 교직원 정모(56)·오모(54)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정씨는 이 학교에서 행정 업무, 오씨는 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씨 등은 지난해 11월 초순쯤 학교 2층 비품을 보관하는 사무실에서 이 학교 학생 A군(8)의 팔과 다리를 잡고 “남자인지 확인해보자”며 성기를 수차례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A군의 옷을 강제로 벗기려다가 A군이 울먹이자 사무실에 보관된 전동 드릴로 울지 말라며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군은 가슴이 드릴에 찔리면서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사무실에서 함께 휴식을 취하다가 복도를 지나가는 A군을 목격하고 강제로 사무실로 끌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A군은 20여분 동안 성추행을 당하다가 뿌리치고 달아난 뒤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부모는 학교에 항의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군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등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점을 들어 이들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손자처럼 생각해 귀여워서 벌인 행동이다. 드릴로 위협한 것은 장난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이뤄지는 두 달 동안 학교 측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해 교직원들이 정상 근무하며 A군과 함께 버젓이 학교에 다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 가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부모들은 “경찰 조사가 진전이 없고 학교 측이 방관하는 사이에 아이가 가해자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며 심리 치료까지 받았다”며 “교직원들이 사무실에 아이를 가두고 드릴까지 이용해 위협한 것은 도를 넘어선 행위”라고 비난했다. 부모들은 “아이 말로는 상습적으로 성추행이 이뤄졌고 다른 피해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교육청 차원의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관계자는 “아이가 귀엽다는 생각에 잘못된 행위를 저지른 것 같다”며 “경찰에서 사법처리하면 징계할 생각이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피해 사실과 피해 학생이 더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