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호갱탈출] 고어텍스 등산화 방수, 해마다 바뀌는 밀레 모델 등

[금주의 호갱탈출] 고어텍스 등산화 방수, 해마다 바뀌는 밀레 모델 등

기사승인 2015-01-24 07:00:56

"[쿠키뉴스=난 기자의 호갱탈출] 지난 9일 한 소비자가 K2에서 구입한 고어텍스 소재 등산화가 구입 1년여 만에 방수가 되지 않는다고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제보해 기사가 났습니다. 그 소비자는 26만원이나 주고 산 신발이 14개월 만에 물이 샌다고 분개했습니다.

하지만 고어텍스의 방수기능은 없어지지 않는, 반영구적인 기능입니다. 물방울 크기보다 작은 구멍이 난 멤브레인이기 때문에 물이 들어갈 수가 없지요. 또 고어사는 고어텍스 제품이 사용 목적에 맞는 내구성, 방수성, 방풍성, 투습성을 갖춘 제품임을 보증하는 ‘소비자 만족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품질 관리가 엄격합니다.

K2 측에 문의해보니 “신발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잦은 마찰로 신발내부 고어텍스가 마모돼 물이 샜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자주 오랜 산행을 해서 양말에 구멍이 나듯, 왼발 엄지발가락이 닿는 내부가 닳아서 고어텍스에 손상이 간 거지요.

그래도 그렇지, 보통 두꺼운 등산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을 텐데 14개월 만에 닳을 수도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었지요. 그런데 이 소비자는 이미 등산화 밑창이 닳아 유료로 밑창갈이를 한 번 했다고 하네요. 신발 밑창을 갈 정도로 열심히 산행을 했다니 내부가 닳을 만도 하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의 항의에 K2 본사 직원이 “방수가 안 되면 등산화를 맑은 날에만 신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K2측은 “고어텍스 기능은 사용자의 사용패턴이나 관리 수준에 따라 지속성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방수를 위해 심실링 테이프를 붙일 수는 있지만 심실링 테이프는 투습이 되지 않기 때문에 땀이 차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이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있으니 이런 경우는 ‘서브 등산화로 활용해 맑은 날에 신으시라’는 의미였는데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고객응대가 다소 미숙했던 것을 인정했습니다.

고어코리아 측에서도 “제품을 받아봐서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고어텍스가 마찰로 손상이 됐다면 브랜드에서 말한 정도로 수선이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고어코리아는 고어텍스 제품의 경우 브랜드 사에서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 해 저희 쪽에 문의를 한다면 제품을 확인 후 대책을 제시해드리긴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어텍스 소재 등산화는 평소 발톱 손질을 단정히 하고 되도록 산행 후 신발에 들어간 모래나 낙엽 등을 털어내야 고어텍스 멤브레인 손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내 발의 보호가 1차적인 목적이지만 신발 내부 마모를 줄이기 위해 두툼한 등산양말도 챙기시고요.

1년이 조금 지난 등산화에 물이 새니 소비자야 억울하긴 하겠지만 신발 밑창이나 발가락 부분이 닳도록 열심히 산행을 하셨다면 신발값 26만원보다 더 큰 ‘건강’이라는 이익을 보셨으리라 싶습니다. 고어텍스도 ‘빵꾸’가 나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지요.



밀레, 브랜드 정체성 없이 모델 해마다 바꿔

지난 22일 밀레가 남성 모델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모델이었던 빅뱅의 탑 대신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박신혜와 호흡을 맞췄던 이종석을 새로 발탁했네요. 그러고 보면 밀레만큼 모델을 자주 바꾸는 아웃도어 브랜드도 없습니다.

밀레는 원래 1966년 등산양말을 만들던 한고상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자사의 토종 등산복 브랜드인 ‘에델바이스’의 이름을 따 2004년부터 사명을 ‘㈜에델바이스아웃도어’로 짓고 토털 아웃도어 의류 기업으로 사세를 확장했지요. 그런데 창립자의 아들인 한철호 대표가 2009년 라이선스로 전개하던 프랑스 브랜드 밀레의 한국 상표권을 약100억원에 사들인 후 2010년 사명까지 ㈜밀레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토종 브랜드인 에델바이스 전개를 중단해 버렸지요.

또 밀레로 사명을 변경하기 전, 에델바이스아웃도어는 산악인 한왕용과 엄홍길 대장을 메인 모델로 전문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왔습니다. 그러다 2011년, 갑자기 스타 마케팅에 뛰어듭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 스타 마케팅을 안 하는 데가 없다보니, 스타 마케팅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당시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해 인기가 높았던 엄태웅과 고아라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제품의 기능을 내세우기보다 이미지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요. 당시 ‘엄태웅과 고아라가 등산이나 하냐’부터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밀레와도 별로 맞지 않다’, ‘나이 차이가 큰 엄태웅과 고아라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2013년 톱스타였던 하정우와 드라마 ‘착한남자’로 ‘핫’했던 문채원으로 모델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하정우는 영화 ‘군도’ 촬영 때문에 그해 거의 삭발에 가까운 스타일을 유지했습니다. 어떤 옷을 입어도 ‘안습(?)’인 하정우와 어떤 포즈든 무표정으로 일관한 문채원의 밀레 화보는 업계에서도 ‘모델이 안티’라며 큰 화젯거리였습니다.

2014년 밀레는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가져가고자 탑과 박신혜를 모델로 삼았습니다. 2013년 하반기에 방영된 드라마 ‘상속자들’이 워낙 인기였던 터라 김우빈과 박신혜를 동시에 데려 오고 싶었지만 김우빈이 다른 브랜드에 내정돼 있던 터라 대신 빅뱅의 탑을 선택한 것이지요.

올해 이종석을 발탁하면서 박용학 밀레 마케팅본부 상무는 “밀레는 보다 젊은 층으로까지 인지도를 제고하고 브랜드 저변을 확대하고자 이종석과 박신혜를 모델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두 모델을 통해 앞으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젊고 감각적인 아웃도어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40여 년간 국내 토종 브랜드임을 내세우며 성장해 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프랑스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달았던 전력을 고려하면 해마다 간판모델을 갈아 치우는 건 놀랍지도 않지요. 하지만 1년 단위로 잠시 스쳐지나가는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운다고 브랜드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까요? 곧 100년을 바라보는, 프랑스의 전통 있는 브랜드가 본디 가진 철학은 제쳐두고 국내 유행 따라 젊고 감각적인 스타일링만 어필하려 드는 게 안타깝네요.

자, 그럼 퀴즈 나갑니다. 사진 속 에델바이스 모델은 누굴까요? ‘하이테크 인공피부’라고 설명한 90년대 에델바이스 등산 내복 광고 사진입니다. 까만색 등산 내복을 입고 올백 머리에 선글라스까지 쓴, 언밸런스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경직된 표정과 어설픈 포즈를 보니 전문 모델은 아닌 것 같지요?

정답은 ‘모델 살 돈이 없어서 몸으로 때웠다’는 한철호 밀레 대표입니다. 멋진 외모의 전문 모델은
아니지만 창립자 아들이 직접 제품을 입고 나선 이 광고가 밀레에서 그렇게 내세우는, ‘진실을 만나다’에 더 가깝지 않나요?
nan@kukimeida.co.kr"
nan@kukimei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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