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홍명보, 슈틸리케 매직 보고 있나” 무실점 5연승에 인터넷 열광

[아시안컵] “홍명보, 슈틸리케 매직 보고 있나” 무실점 5연승에 인터넷 열광

기사승인 2015-01-27 09:40:5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이 2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5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6일 오후6시(이하 한국시각)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15 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이정협(24·상주상무)의 선제골과 김영권(25·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쐐기골로 2-0 통쾌한 승리를 맛봤다.

이로써 한국은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전 무대를 밟게 됐다. 또 1960년 마지막 우승 이후 55년의 한이 맺힌 우승 숙원을 풀기 위한 기회도 잡았다.

한국은 이라크를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쳤다. 최전방 이정협(24·상주 상무)을 중심으로 손흥민(23·레버쿠젠)과 한교원(25·전북현대), 남태희(24·레퀴야SC) 등이 적극적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공간이 열리면 지체 없이 중거리 슈팅을 쏘아 이라크 수비수들을 긴장케 했다.

전반 18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빠르게 침투했고,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에 막혔다. 곧이어 결실을 맺었다. 우측에서 올라온 김진수(23·호펜하임)의 프리킥을 이정협이 그대로 머리를 맞춰 상대방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이란과의 8강전에서 세트피스로만 두 골을 허용했던 이라크의 약점을 파고든 한 방이었다.

이라크도 그냥 물러설 상대가 아니었다. 역습이 매서웠다. 전반 35분 자랄의 헤딩 슈팅에 이어 전반 42분에는 칼라프가 아크 부근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곤 했지만 ‘늪축구’의 마지막 관문 김진현에 막혔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근호를 투입해 공격력을 더 높였다. 추가골 역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비롯됐다.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남태희가 아크 정면으로 띄워줬고, 이를 이정협이 가슴으로 떨궈 주자 김영권이 왼발 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박았다.

한국은 앞서 조별 예선에서 오만과 쿠웨이트, 호주를 모두 1-0으로 물리쳤다. 한 경기당 한골씩만 넣고 실점하지 않았다. 축구팬들이 이름 붙인 ‘한국형 늪축구’란 별명엔 ‘강팀이나 약팀이나 한국을 만나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린다’는 뜻이 담겨 있다. 물론 한국 수비수들이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수들을 꽁꽁 묶어버린다는 긍정적 의미도 포함됐다.

트위터 등 SNS에선 축구 대표팀의 결승 진출에 일제히 환호했다. 특히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홍명보 감독과 비교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매직’ ‘홍명보 감독 보고 있나’ ‘이래서 외국인 감독’ ‘의리만 버려도 무실점 행진’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필요한 골만 뽑고 무실점으로 막아낸다고 해서 다산 정약용의 실용주의를 빗대 ‘다산 슈틸리케’라는 재치 있는 패러디도 이어졌다.

한국엔 수비형 늪축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하는 차두리는 ‘한국형 폭풍축구’를 선보였다.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은 8강전에서 터진 차두리의 70m 질주 장면은 전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한 명이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선 무슨 이유에선지 축구 해설을 해야했다. 차두리는 국가대표 자리에 미련이 없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은퇴를 말렸다. 결국 차두리는 아시안컵 결승전이라는 후회없는 A매치 은퇴 무대를 갖게됐다.

한국은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의 준결승전 승자와 오는 31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회 패권을 놓고 맞붙는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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