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31일(한국시간) 호주와의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전이 끝난 후 인터뷰에서 풀백 김진수(23·호펜하임)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연장전반 15분 김진수가 우리 골문 왼쪽 진영에서 호주 토미 유리치(24·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FC)에게 돌파를 허용해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 “앞날이 창창한 선수”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어로 준비한 게 있다며 종이를 꺼낸 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라고 천천히 말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문답.
-- 결승전에서 아쉽게 졌는데.
▲ 우리가 우승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승 트로피만 가지고 가지 않을 뿐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가 잘했다고 격려한다.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어느 쪽이 승리하든지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우승컵을 호주와 나누어 2년씩 보유했으면 좋겠다. 적당한 곳에서 적당히 좋은 대결을 펼쳤다.
-- 정신적 부분을 많이 강조하곤 했는데. 선수들에게 앞으로 어떤 주문을 할 것인가.
▲ 우리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잘 싸워줬다. 두 골을 허용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정신적으로는 괜찮았다. 두 번째 실점 때는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한 게 아쉽다. 차근차근 시간이 지나면 이런 점들은 좋아질 것이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의 잘못은 고치고 발전시켜갈 수 있다.
-- 이번 대회 때 국민이 많이 즐거웠다. 많은 가능성을 봤다. 월드컵 예선도 앞두고 있는데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비전을 설명한다면.
▲ 내 가슴 속에 깊이 우러난 말이 있어 한국어로 준비한 게 있다. (한국어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 자랑스러워 해도 됩니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잘 나아가고 있다. 4강전이 끝난 뒤 주전으로 뛴 선수들, 비주전으로 뛴 선수들이 나뉘어 훈련한 적이 있었다. 1분도 뛰지 못한 골키퍼(정성룡)도 비주전조에서 훈련했다. 한국 대표팀을 모르는 사람이 와서 봤다면 정성룡이 넘버원 골키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11명만으로 힘을 내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결실을 만들었다. 우리 대표팀의 가장 큰 결실이 바로 이것 모두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 김진수 선수가 수비 때 실수를 했는데.
▲ 미래가 창창한 선수다.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잘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 전반전에 좋은 찬스를 살리지 못해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 동의한다. 좋은 장면을 살리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스트라이커 이정협이 참 잘했다. 이정협을 처음 본 게 기억난다. 좋은 움직임을 보고 몇 경기를 더 지켜본 뒤 선발했다. 이정협의 소속 클럽은 2부 리그로 떨어진 상태다. 이정협은 거기서도 많이 뛰지 못했다.
우리가 국가대표 선수를 선발할 때 많은 선수들을 더 많이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발굴이 되지 못한 것인지 (한국 축구 전반이) 기술적으로 부족한지 모르겠다. 이정협이 더는 뛰지 못해 센터백 곽태휘를 최전방에 올리기까지 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나만 얘기하고 싶다. 대다수 선수들이 학교에서 축구를 배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선수들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칠 뿐 축구를 즐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