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인 김주혁(19)군은 10살 때 아토피피부염 진단을 받았으며 수년간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연고를 발라 왔다.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사람들이 ‘약을 사용하지 말고 땀을 빼라’고 권유하는 글들이 수없이 올라와 있었다. 스테로이드가 땀구멍을 막아 피부질환을 더 악화시키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김군은 “의사는 스테로이드 처방약을 사용하도록 권하지만 일부에선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제제 사용에 대한 지나친 우려가 ‘스테로이드 포비아(Fobia, 일종의 공포증)’를 낳고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약이 치료 효과는 좋지만 부작용이 크다는 게 주요한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각종 질환에 쓰이는 스테로이드 제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 약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실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환자들이 탈스(탈(脫)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를 시도하다 증상이 악화돼 다시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부신 피질 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약품이다. 이 약물은 현재 아토피피부염, 관절염, 각종 염증질환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쓰이며 병·의원에서 처방해주는 비율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건강보험 급여의약품 청구 건수 가운데 부신호르몬제를 처방한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10%이며, 2009년 8%, 2012년 9.7%로 증가세다. 스테로이드 사용이 많아지면서 부작용 보고 건수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얼마만큼의 환자가 부작용을 겪는지 등에 대해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스테로이드 사용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일부 한의사들, 근본치료 하려면 스테로이드 사용 자제해야=스테로이드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지만 부작용도 그만큼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곳이 한의원들이다. 편강한의원, 생기한의원, 프리허그한의원, 하늘마음한의원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일부 한의원들에서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가급적 줄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들은 스테로이드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고 식생활 개선 등을 통해 근본적인 질환 치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땀을 배출하고 우리 몸의 독소를 외부로 배출해야 치료가 된다고 주장한다. 한 한의사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많이 한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땀구멍이 닫혀 있으며, 피부가 얇아져 있고 붉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이들의 피부에서 땀구멍을 열리게 해 독소를 배출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은 스테로이드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음식 등 생활 개선을 하면 완치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태환 대한의사한의사복수면허협회 학술부회장(조태환 한의원정형외과 원장)은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하면 골다공증이 오고 염부조직이 약해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는 있다”며 “다만 치료 효과가 좋아 증상이 심각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약”이라고 전했다.
◇양의사들, 의사 처방에 따라 적정량 사용하면 “문제없다”=하지만 이러한 스테로이드 포비아가 지나친 우려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현대의학에서 스테로이드만큼 좋은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석종 경북대병원 피부과(대한피부과학회 홍보이사) 교수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스테로이드 부작용 내용은 잘못된 정보가 많다”며 “의사의 처방에 준수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한의학에서 스테로이드를 지나치게 위험한 물질이라고 보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의약품 중 가장 앞서 간 치료제다. 의사 처방에 따라 사용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