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엄성섭 윤슬기의 이슈격파’에서 엄성섭 앵커가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언론외압과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다 한국일보 기자에 대해 “이게 기자에요? 완전 쓰레기지”라고 말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캡처 화면) 어떻게 하루에 5시간 이상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욕설’을 생방송에서 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실수’는 ‘사소한 말실수’가 아닌 ‘억압된 충동’으로 분석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들도 말실수를 많이 했다. 일본 방문 중에 프랑스 프란시스 올랑드(Francois Hollande) 대통령은 알제리 인질 위기 당시 10명의 일본인들이 살해된 것을 두고 “프랑스 국민을 대표해 중국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라며 일본인이라고 해야 할 말을 중국인이라고 실수를 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의 말실수는 더 많다. 특히 파병을 해준 호주에게 “오스트리아가 파병해 줘서 고맙다”라고 말해 오스트레일리아도 모르는 ‘바보 대통령’이 됐다.
사람은 두려운 상황을 겪으면 꿈을 꾸거나 말실수를 통해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게 된다. 신경증 중의 하나로 억압된 욕구가 행동으로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를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진심’이다.
엄 앵커의 평상시 뉴스의 톤(tone)은 상당히 높다. 높은 목소리의 주파수는 자신의 기질도 보여준다. 평상시에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은 ‘다혈질’의 기질로 남의 생각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 여긴다.
감정이 생긴 가슴에서 머리로 바로 전달돼 비판적인 말과 심지어 욕설을 즉각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신체의 시스템이 가슴과 머리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표현이 강하게 된다. 엄 앵커의 경우 보도 중에 마음에서 화가 생겨 머리로 ‘쓰레기’라는 개념을 전달하자마자 신체는 즉각 반응을 해 ‘말’로 표현을 한 것이다. 엄 앵커의 욕구가 말실수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다.
2013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던 tvN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있다. 여기서는 사람 이름에 ‘쓰레기(정우 분)’를 사용했다. 정말 쓰레기 같은 사람이 있더라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쓰레기’를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서 잠재돼 있던 욕구를 채운 꼴이 됐다. 그 결과 주변에 비정상적인 사람을 쉽게 ‘쓰레기’라고 부르게 만들었다.
응사의 ‘쓰레기’가 국민의 입에 배어있더라도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가 생방송에서 욕을 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5시간 이상 tv조선의 화면을 채우고 있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제 그가 한 말실수인 ‘쓰레기’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될 것이다. 타사의 기자를 비난하기 이전에 자신의 분노조절능력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방송의 중립성은 앵커의 중립적인 발언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 =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