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봉 기자의 유통저격수
<김민희 아나운서>
이번 시간은 뉴스나 신문을 통해 한 번쯤 접했지만 자세한 내용이 궁금했던 소식에 대해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주는 코너죠.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입니다. 반갑습니다. 기자님, 오늘 유통 저격수에서 함께 이야기 나눌 주제는 무엇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여러 분야가 그렇지만 가구 업계도 친환경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가구업계에서 이를 역이용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가구 업계의 친환경 꼼수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얼마 전 관련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작년 말 시장에 합류한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계기로 가구 시장에 친환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건 바로 우리나라 가구업체들이 사용하는 자재가 친환경 적이지 않다는 것인데요. 기자님, 가구에 왜 친환경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조규봉 기자>
예전에 새 가구 증후군이라는 말로 가구의 유해성이 논란이 됐던 일이 있습니다. 당시 문제가 됐던 게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인데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포름알데히드는 공기를 통해 흡입되거나 피부에 노출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가구도 원목이 아닌 가공목재의 경우 나무를 분쇄해서 톱밥에 접착제를 섞어 만드는데 이 접착제에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돼 있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케아가 국내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포름알데히드의 허용 기준이 우리나라가 유럽이나 일본, 미국보다는 느슨하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렇군요. 그럼 실제로 어떤지 궁금해요. 우리나라의 포름알데히드의 허용 기준이 느슨한 편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목재는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에 따라 SE0,E0,E1,E2 이렇게 네 등급으로 나뉘어 지는데요. 우리나라는 E1 등급이상이면 허용이 되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E0 등급 이상의 목재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이에 따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국내 가구의 유해성을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 되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하지만 기준이 느슨하다고 해서 더 유해하다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을 텐데요. 기자님, 어떤가요? 실제로 우리나라 가구가 더 유해한 건가요?
<조규봉 기자>
목재의 포름알데히드 기준만 놓고 보면 그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내 일부 대기업들은 작년부터 이미 유럽수준에 근접하는 기준으로 가구를 제작하고 있고 또 가구를 한 번 생각해 보면 목재가 전부 다가 아니죠. 때로는 접착제를 쓰기도 하고 페인트 같은 것으로 칠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각종 유해물질이 나오기 마련인데 목재만으로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죠. 원목으로 아교 같은 자연재료의 접착제를 쓰고 동백기름으로 표면처리를 하지 않는 한 화학물질이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주기 위해서는 가구에 사용되는 목재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인데요. 실제로 새 가구를 들여 났다가 목이 따끔거리고 눈물이 나는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실제로 새 가구로 인해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인터넷으로 가구를 사기 위해 알아 보면 인터넷 가구 판매기업들은 저마다 친환경등급인 'E1' 등급이라고 나와 있어요. 인체에 안전한 제품임을 자랑하고 있는 것인데요.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서요?
<조규봉>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구 등급인 E1은 가정용 가구를 제작하기에는 친환경 제품이란 수식어가 적당하지 않습니다.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 방사량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죠. 아까도 언급했지만 포름알데히드 수치를 나타내는 가구등급은 SUPER 0(이하 SEO), E0, E1, E2로 나눠집니다. 가구에 사용되는 자재들은 포름알데히드 평균 방사량에 따라 위 같이 친환경인증 기준을 정해 등급을 매기죠.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E2등급의 실내사용을 금지했으며 생산이나 제조를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점차 E1등급도 법으로 금지시킬 예정이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E2등급뿐 아니라 기준치를 적용할 수 없는 등급 외 제품도 인터넷이나 매장을 통해 많이 유통 중인 것이 현실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그래서 가구를 처음 구입한 당시 눈이 쓰라리거나 심한 냄새로 두통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군요. 아무래도 연관이 있을 수 밖 에 없겠어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리고 문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E1등급이나 E0등급 마저 실내 사용 면적을 제한하는 추세지만, 국내는 아직도 70% 이상이 E2 등급으로 제작되며, E1등급조차 친환경 소재로 인식 중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SEO급 자재는 실내 사용이 무제한 가능하고, E0과 E1은 사용 면적을 제한합니다. E2등급은 실내 사용을 엄격히 금지되었는데요. 이처럼 일본은 SEO급 자재를 사용한 가구만 친환경 자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그런데 문제가 되고 있는 포름알데히드의 유해성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포름알데히드, 우리 몸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나요?
<조규봉 기자>
일단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공기를 통해 호흡기와 피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높은 농도의 포름알데히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비인두암과 백혈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돼 있다면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정답일 텐데요. 하지만 주거공간에서 사용되는 가구의 유해물질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잖아요. 그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그리고 저렴한 단가로 제작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비를 줄여 공급할 수밖에 없겠고요.
<조규봉 기자>
그건 그렇죠. 하지만 정확한 정보전달을 무시한 채 이러한 물질을 포함한 E1등급의 가구를 마치 친환경제품, 안전한 제품으로 광고하는 것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는 소비자의 건강과 관계가 있는 가구등급에 대한 국내기준을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맞출 필요가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네요. 그리고 가구라는 게 항상 집에 있고 또 옆에 두는 거니까 환경기준도 중요하겠지만 업체들도 소비자를 속이지 말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침대 매트리스를 두고 과장광고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더라고요. 그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조규봉 기자>
네. 국내의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에서 검사한 결과 6개 회사 가운데 4개 회사는 광고나 카다로그에 표시된 것과는 다른 질 낮은 재료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천연라텍스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합성고무가 섞여 있거나 100% 합성고무인 것도 있었습니다. 충전제로 양모를 썼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합성섬유를 사용했고 또 일부 제품에서는 재활용 의류를 압착해서 만든 잡색벨트라는 것을 사용한 것도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요? 매트리스 업계가 고객들이 좋아하는 친환경을 무기로 꼼수 판매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이군요. 그렇게 속인 것도 문제지만 침대 매트리스는 사실 건강과 직결되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그렇습니다. 몸에 직접 닿는데다 땀을 흡수하기도 하기 때문에 건강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더구나 잡색벨트라는 것은 공사판에 가면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먼지가 많이 생기게 마련이죠. 아마 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얼룩덜룩한 색깔이 들어간 두꺼운 천 같은 것인데요. 대표적인 싸구려 자재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아무리 일회성 조사였다 하더라도 공신력 있는 기관이 조사한 거라면 다시 한 번 제대로 검사를 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일인 것 같네요. 오늘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가구 업계가 부리고 있는 친환경 꼼수 판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계속될수록 고객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 같은데요.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구매하게 되지만 혁신적인 친환경 매트리스라는 말을 믿고 구매를 해도 특별히 새로운 것도 없고 친환경인지 믿을 수도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아요.
기자님, 좀 더 자세한 내용 전해주세요.
<조규봉 기자>
국내 1위 종합가구업체 한샘이 출시한 친환경 매트리스는 MDI(폴리우레탄 제조 시 사용되는 화학 원료)폼을 사용해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이 낮고, 기능성 원단을 사용해 쾌적한 수면 온도를 제공함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에이스침대나 시몬스 등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는 소재죠. 에몬스의 ‘벨소노 포텍스’ 매트리스 또한 토퍼 분리형 구조로 관리가 편리하고 위생적임을 강조하지만, 기존 매트리스 업체들이 보유한 제품 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하지만 친환경이라고 광고를 했다면 그러기 전에 먼저 친환경 인증을 받아야 할 텐데요. 실제로 친환경 인증을 받지도 않고 친환경이라고 광고를 한 업체도 있는 것이죠?
<조규봉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내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친환경 인증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요. 그렇게 친환경 인증을 받은 업체는 그랜드침대, 금성침대, 리바트, 시몬스, 알파침대, 에이스침대 등이 있습니다. 친환경 신제품임을 내세운 한샘, 까사미아, 에몬스 등의 매트리스는 정식으로 환경부 인증을 거치지 않았지만 친환경 제품이라고 버젓이 광고하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건 명백한 불법 행위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이에 대해 가구 업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가구 업계에서는 매트리스 업계 후발 업체들이 생존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의 저가공세에 품질을 강조하는 친환경 키워드로 맞서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 하에 후발주자들이 너도 나도 이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아무래도 가구 업계에서는 가구공룡이라 불리는 이케아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가구 업계에 친환경 트렌드가 한창인 가운데 우리가 하루 중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침대 매트리스 관련한 허위, 과장광고 논란이 일고 있어요. 눈으로 직접 속을 확인할 수 없는 매트리스와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조규봉 기자>
소비자가 일일이 다 따져보고 구매하는 똑똑한 소비를 하는 것이 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기자님, 이런 상황에서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환경성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로 입는 피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조규봉 기자>
먼저 새 가구를 구입할 경우 환기를 충분히 해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줄여야합니다. 무엇보다 유해물질은 꾸준히 방출될 수 있기 때문에 원목 가구 등 가급적 친환경 제품등급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잘 알겠습니다. 오늘 조규봉 기자의 유통 저격수에서는 가구업계의 친환경 꼼수라는 주제로 소비자들의 눈속임을 하는 침대 매트리스 등의 허위, 과장 광고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비자들은 그저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내세운 광고에 현혹되기 보다는 잘 따져보고 구매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유통 저격수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