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마흔 일곱 대학 새내기 인사드립니다”

[쿠키人터뷰] “마흔 일곱 대학 새내기 인사드립니다”

기사승인 2015-03-19 01:33:55

‘장애’ 딛고 ‘장애인 스포츠 전문가’ 꿈꾸는 장준호씨

[쿠키뉴스=박주호 기자] “장애인 스포츠, 조금은 생소하시죠? 장애인들은 스포츠를 통해 한계를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경상남도장애인요트연맹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장준호(47·사진)씨는 현재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장애인요트의 경남지역 우수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금은 연맹의 행정 업무 및 선수 관리를 하고 있지만, 장씨 역시 휠체어 배드민턴과 요트 종목에서 장애인 운동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어떻게 장애인 체육인의 길을 걷게 됐을까.

1991년, 장씨는 불의의 산업재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던 그였기에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찾아온 장애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고 이후 꼬박 18개월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고된 재활 치료보다 더 힘들었던 건 다시는 두 발로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죠. 휠체어를 타고 나갈 때마다 느껴지는 시선도 너무 두려웠어요.”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절망의 순간을 희망으로 바꾼 계기는 장애인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면서부터다. 집과 병원만을 오갔던 장씨는 다시 운전을 시작하며 비로소 새롭게 살아갈 자신이 생겼다고 한다.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도 이 때부터다. 그는 1994년 치매 노인을 위한 목욕 차량 봉사를 시작으로 장애인의 운전면허 취득 활동을 돕는 봉사활동, 한국산재노동자협회 경남본부에서 산업재해 피해를 입은 장애인들을 위한 상담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저의 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면 그 것이 큰 보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꽤 많았어요. 특히 저와 같은 처지의 장애인 분들에게 큰 위안과 용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던 중 본래 사고 전 운동 신경이 탁월했던 장씨는 우연히 참여한 휠체어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며 장애인 스포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울에 방문할 일이 생겼는데 우연히 복지회관에서 휠체어를 타고 배드민턴을 치는 장애인들을 보게 됐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엄청난 발견이었죠.”

그러나 그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장애인 스포츠’라는 개념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터라 장애인 체육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장애인들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었고,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장씨가 운동을 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2002년쯤 창원에도 장애인복지관이 건립됐다. 장씨는 복지관에 휠체어 배드민턴 활동을 최초로 제안했고,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휠체어 배드민턴팀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장씨를 포함해 1~2명만 활동했지만 점차 입소문을 타고 팀에 합류하는 동료들이 늘어났다.

“동료들이 함께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에 전심으로 기뻐했고 정말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지역 휠체어 배드민턴팀과 시합을 치를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향상됐어요. 나중에는 체전에서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었죠.”

이후 장씨는 본격적인 장애인 체육인의 길을 걷게 된다. 2009년부터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 요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며 지인의 추천으로 경상남도장애인요트연맹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처음 7~8명의 선수들과 합숙훈련을 하며 요트를 경험했던 그는 요트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육지를 넘어 바다 위에서 요트를 탈 때면 그 어떤 때보다 자유로움을 느꼈죠. 일반인도 출전하기 힘든 경기인지라 그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어요.”

프로로 활동하는 장애인 체육인을 찾기가 쉽지 않아 선수 확보는 물론 재정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연맹 활동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3년 제33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요트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장준호씨는 연맹의 발전을 위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스포츠 경영과 관련된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 올해 3월 경희사이버대 스포츠경영학과에 입학해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다.

“마흔 일곱의 나이에 대학생 새내기가 됐네요. 스포츠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는 요즘, 경희사이버대 스포츠경영학과는 폭넓은 융합 학문의 이론과 함께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다고 해서 입학을 주저 없이 결정했습니다. 공부를 통해 장애인 스포츠 및 레저 활동 활성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끊임없는 도전과 배움으로 극복한 장준호씨. 장애인 스포츠 전문가를 꿈꾸는 그의 인생 2막이 더없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pi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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