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의 대가’ 이영돈 PD가 ‘광고 출연’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JTBC에서 출연 중인 프로그램을 모두 종영하기로 결정했다. 스스로도 광고에 출연한 부분이 잘못됐다며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의 발단으로 이 PD가 회사와 상의 없이 식음료 광고에 출연한 사실이나 ‘그릭요거트에 대해 다룬 직후’라는 광고 시점을 꼽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바로 이 PD의 ‘변화’이다. 당분간 이 PD를 TV에서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는 분명히 ‘PD’에서 ‘연예인’이 돼 갔다.
나비와 하루살이가 하루를 열심히 놀고 헤어질 때가 됐다. 나비는 하루살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루살이야! 우리 내일 만나자!”
‘내일’이라는 개념이 없는 하루살이가 되묻는다.
“내일이 뭐야?”
이번에는 나비가 개구리와 하루를 열심히 놀고 헤어질 때가 됐다. 나비는 개구리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개구리는 이렇게 말했다.
“나비야! 우리 내년에 또 만나자!”
이 PD의 변화는 하루살이와 나비 그리고 개구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개념’ 차이를 스스로 방송을 하면서 겪게 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PD라는 말도 순수 영어가 아닌 일본식 말이다. ‘Program Director’의 약어다. 또 ‘Producer’의 발음에서 PD를 만들었다고 하면 더 웃기는 일이다. 어찌됐던 PD의 일은 아이디어를 내고 취재나 제작, 개발 혹은 그 이상을 맡는 것이다. 즉, 콘텐츠의 총체적인 결정을 해야 하는 위치다.
따라서 프로그램을 그 누구보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위치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프로그램 밖이 아닌 안으로 들어가 연예인들과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 하면서 ‘공적 이미지’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됐다.
심리학에서는 ‘공적 이미지’를 ‘페르소나(Persona)’ 혹은 ‘가면‘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스스로를 인지해서 ‘초기자아 이미지’를 형성한다. 24개월이 지나면서 아이는 걷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신체적 자아’를 가진다. 이 때 부모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신체적 행동을 따라하게 된다. 숲에서 늑대와 함께 자란 아이는 동물처럼 기어 다니는 신체적 자아를 가지게 되는 것과 같다.
5세쯤 되어서는 ‘내재적 자아’를 가진다. 이때는 유독 자신의 이름을 많이 부르며 자신의 ‘내적’ 자아를 채운다.
“영돈이가 했어요.”, “영돈이는 아파요.” 이런 식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내적자아를 채운다. 만약 이 때 내적자아를 채워주지 못하면 어른이 돼서 자신의 직책이나 이름을 다시 부르며 채우려고 한다. “이영돈 교수로서~”, “이영돈 PD로서~” 이렇게 자신을 다시 채우게 된다. 자신의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처럼 이름을 넣은 것도 유사한 심리적 표출이다.
6세에서 8세가 되면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는 ‘공적 자아’를 형성한다. 남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지에 따라 ‘공적 자아(=페르조나, 가면)’가 크고 강하게 만들어진다. 이 PD는 자신의 이름이 SNL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이 흉내를 내고 또 코미디언들에 의해 희화화 되는 것을 스스로도 즐겼을 가능성도 있다. 그 근거는 2013년 5월 27일 방송된 채널A 자신이 진행하는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에서 연예인들의 수면유도제 프로포폴 문제를 다뤘을 때 엿 볼 수 있었다. 방송에서 이 PD는 직접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편안한 모습으로 깊이 잠에 빠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방송에 내 보냈다. 이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이영돈, 이건 아니잖아“, ”이영돈, 왜?“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렇게라도 보여주는 역할을 하다보면 자신을 바라보는 ’내적 자아‘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공적 자아‘를 강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심리학 용어 중에 ‘꾸바드 증후군(Couvade Syndrome)’이라고 있다.
이 증후군은 아내의 임신과 함께 남편들이 아내처럼 입덧을 하고 이상식욕과 식욕상실 혹은 요통 등의 임신부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이 증상의 원인은 임신한 아내를 ‘시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 등의 감각을 통해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 PD도 연예인들과 직접 방송을 같이 하면서 대중들의 관음증을 즐기기 시작했을 것이고 또한 공적 자아가 너무 커져서 스스로도 회사와 맺은 약속에서 ‘강자’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연예인들 옆에서 ‘시각’,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을 연예인의 것으로 바꿔서 PD가 아닌 연예인으로 변화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몸도 성장하고 쇠퇴한다. 정신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숙에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바로 ‘진심’이다. TV를 통해 시각으로만 판단하는 시청자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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