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지난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의 동료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고 분신자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옥살이를 한 강기훈(52)씨가 사건 발생 24면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이 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4일 이른바 ‘김기설씨 유서대필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만기 복역한 강기훈(51)씨에 대한 재심에서 자살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2년 당시 대법원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린 지 23년 만이다.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총무국 부장이었던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인 김기설(당시 25세)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필해 써주고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받으며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를 자살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강 씨는 그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강씨가 유서를 대신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심을 권고했다. 강씨는 이를 근거로 재심 개시를 청구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글자를 잘못 판독해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강씨는 다만 서울고법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별도로 선고받았다. 그러나 강 씨가 이미 3년간 복역했기 때문에 재수감은 되지 않는다.
무죄가 확정됨에 따라 징역 1년을 초과한 구금일수에 대해서는 서울고법에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현행 형사보상법에서는 2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1가지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를 확정받은 시,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사보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현재 강씨는 간암을 앓고 있어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씨는 “경찰과 검찰이 사과를 하지 않아 유감이다”고 밝혔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