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피부미용(에스테틱)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미용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관련 사업을 새 성장 동력으로 삼아 안정적인 캐시카우(수입창출원)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화장품부터 필러와 톡신, 미용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의 공급이 전방위적으로 증가하며 에스테틱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전통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과 스킨부스터 제품 공동연구 개발에 착수하는가 하면, 뷰티 사업의 한 갈래로 개량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 ‘인에이블’로 스킨부스터 시장에 진출한 이래 엑소좀 복합제 ‘디하이브’, 창상피복재 ‘마데카MD 크림·로션’, HA(히알루론산) 필러 ‘케이블린’ 등 에스테틱 제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 지난 5월에는 면역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샤페론과 염증복합제 억제제를 이용한 ‘인플라메이징’ 제품 개발에 대한 공동연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플라메이징’은 민감성 피부의 염증반응을 뜻하는 ‘인플라메이션’과 노화를 의미하는 ‘에이징’을 합친 말로 염증 반응으로 유발된 노화를 일컫는다. 양사는 스킨 부스터 제품과 주사용 의료기기를 개발할 방침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제약사도 늘고 있다. 기술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화장품 업체를 낮은 가격에 인수해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는 전략이다. 대원제약은 지난해 에스디생명공학을 인수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마스크팩 등 기초화장품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국 시장에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며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원제약은 연매출 1000억원대 잠재력을 보유한 화장품 업체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540억원을 들여 인수, 올해 상반기에 화장품 부문에서 19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한양행은 지난 7월 전자기기 부품 제조기업 성우전자와 MOU를 체결하고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코스온의 경영 정상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코스온은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을 생산·판매하는 화장품 업체로, 코스온의 최대주주가 유한양행이다. 지난 3분기부터 유한양행의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코스온도 코로나19 이후 수출 부진을 겪으면서 지난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상장 폐지돼 회생절차를 밟았다. 이에 유한양행은 성우전자와 손잡고 코스온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장품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성우전자는 최근 마이크로니들 약물전달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바이오 기업 BNS메디컬의 지분을 인수하며 1대 주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필러와 보툴리눔 톡신 제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방 중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난해 1500억원 규모로 성장한 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1376억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판매 수익을 예고했다. 최근에는 ‘누시바’라는 제품명으로 호주에 정식 출시되며 북미·남미·아시아·오세아니아 등 5개 대륙 진출을 완료했다. 대웅제약은 톡신 제품뿐만 아니라 턱 밑 지방 개선 주사제(브이올렛), 탈모 치료제(IVL-3001), 비만 치료제(DWRX5003)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메디컬 에스테틱 전문 기업 휴젤의 필러와 톡신 제품도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과 9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국내 제품명 보툴렉스)의 미국향 선적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한 647억원의 매출을 냈다. HA 필러(더채움, 바이리즌 스킨부스터 HA)의 경우 299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코스메틱(웰라쥬, 바이리즌 BR) 분야 매출도 37.4% 성장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휴젤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톡신과 필러 제품 모두 해외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단계다”라며 “글로벌 시장 확장은 물론 치료 적응증 확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뷰티 시장 진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48억2000만달러(한화 약 6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에스테틱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제품이나 시술법을 신속하게 개발·적용하고 있다”면서 “맑고 깨끗한 피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업계의 에스테틱 사업 확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