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가계의 주거비 지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속 전세 계약을 반전세(보증부 월세)나 월세로 전환한 가구가 급증한 영향이다.
23일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4~6월(2분기) 가계의 실제주거비 지출액은 월평균 7만39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21.8%나 급증했다. 주거비 7만3900원은 2003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10년 전인 2005년 2분기(3만9200원)에 비하면 2배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가계동향 조사에서 주거비는 월세를 의미한다. 계약 만료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전세는 지출이 아닌 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주거비는 0원으로 계산된다. 전세가구가 많으면 전체 가구 주거비지출액 평균을 낮추게 된다.
주거비 지출의 급증은 전세 가구의 월세 전환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4%를 기록, 2012년(33.9%)보다 9.5%포인트나 증가했다.
주거비는 특히 소득 3분위, 중산층에서 빠르게 늘었다. 소득 3분위의 주거비 지출(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 기준)은 지난 2분기 8만8300원으로 1년 새 23.7% 증가했다. 주거비 상승이 중산층의 소비 여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최근 월세가 1% 오르면 전체 가계의 소비가 0.02%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