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들과 아버지의 지독한 갈등과 사랑을 그린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는 시작부터 흥행 연속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상업영화로 보기는 좀 불편한 영화 아니겠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사도’는 대부분의 상업영화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보낸 8일간의 임오화변을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이 그렇다. 타임 리프(Time Lief) 장르라면 모르겠지만 영조가 집권했던 52년의 세월을 끊임없이 넘나들며 40대, 50대, 많게는 80대의 영조와 어린 사도를 계속해 비춘다. 시간 순서대로 그들의 갈등이 쌓여가는 일을 보여주는 친절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지만 이준익 감독은 플래시백(Flashback) 기법을 사용했다. 이야기의 주체가 사도도, 영조도 아니길 바랐기 때문이다.
“‘사도’를 사도세자 본인의 이야기 하나로만 볼 수는 없어요. 사도의 어머니, 아내, 아버지, 아들, 스승.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고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사도의 인생이 탄생합니다. 임오화변을 겪은 그들의 시점과 이야기, 입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가 풍부해지고 더불어 10대부터 80대까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죠.” 사도는 정조의 아버지이자 영조의 아들이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에서 아버지로서의 사도와 아들로서의 사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자신의 아내인 혜경궁 홍씨에게는 “나는 안 보이고 세손만 보이냐”며 일갈하다가도 혼례를 올린 어린 아들에게는 “부부는 서로의 실수를 덮어주고 끝없이 사랑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도는 일견 이율배반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동시에 사도세자도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준익 감독이 ‘사도’를 불편한 영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른바 ‘킬링 타임’이라고 부르는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사도’는 ‘세이빙 타임(Saving Time)’에 가깝다. 관객들에게 현실을 망각시키게 하기는커녕 현실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관객들은 사도와 영조의 갈등을 보며 자신의 부모, 아들, 스승과 제자, 아내를 떠올린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은 인터넷 평점이나 관객 수 같은 지표보다는 나이 든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하다고. “살아온 시간이 긴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어떤 느낌으로 극장을 나설지가 궁금해요. 특히 추석에 조부모와 부모, 자식 3대가 만약 함께 영화를 보러 온다면 각자 할 말이 정말 많겠죠. 그 시간을 되새김질하고 나누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그래서 이준익 감독은 ‘사도’를 집밥에 비유한다. “외식을 하면 집에서 먹던 된장찌개나 반찬은 잘 안 먹죠. 스파게티나 피자 같은 것들을 먹죠. 보통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나는 스파게티 같은 특별한 메뉴라고 생각해요. 사도는 그런 상업영화들에 비하면 집밥 같은 영화죠. 흥행이 신기할 정도죠. 나와서 집밥을 굳이 찾아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어요.” (②에 계속) rickonbge@kmib.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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