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위작 시비는…국내 미술계 최대 스캔들

천경자 ‘미인도’ 위작 시비는…국내 미술계 최대 스캔들

기사승인 2015-10-23 00:05:56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1991년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은 이 작품을 그린 천경자 화백이 직접 의혹을 제기한 사건이다. 국내 미술계의 최대 위작 스캔들로 꼽히기도 한다.

‘미인도’는 어깨에 나비가 앉아있는 여성의 인물화이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전시에 포함됐다.

1991년 4월 당시 67세였던 천 화백은 이 작품의 아트 포스터(복제품)를 본 친지에게서 “복제품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과 복제품을 검토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국립현대미술관은 그림의 제작연도부터 소장경위 등을 추적해 진품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잠잠해진 논란은 8년 후 다시 불거졌다.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 혐의로 구속된 권모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계속해서 “위조범과 현대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며 ‘미인도’는 진짜라고 거듭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천 화백은 “자기 자식(작품)을 몰라보는 부모(작가)가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이에 충격을 받은 천 화백은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하고 가짜를 진품으로 오도하는 화단 풍토에선 창작행위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절필을 선언하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직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천 화백은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작가라는 불명예까지 떠안으며 엄청난 정신적 고초를 겪기도 했다.

천 화백의 둘째딸 김정희씨는 당시 “위작 시비는 언젠가는 밝혀질 자명한 사건”이라며 “위작 여부의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국가기관이나 특정 이익단체가 조직적으로 나서 일평생 외골수로 작업한 화가의 작가 정신을 말살하는 사건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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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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