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출신 이대호와 장원준, 한국시리즈 무대 한 번 못 밟았던 두 선수에게 29일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84억을 받고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은 한국시리즈 3차전 역투를 펼치며 두산에게 우승 확률 91.7%를 안겨줬다.
두산 베어스는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5대1 역전승을 거뒀다. 두산은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삼성은 2연패를 당하며 분위기를 내줬다.
역대 한국시리즈 1승 1패로 맞선 상황에서 3차전을 따낸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1.7%에 달한다. 1승 1패 상황에서 3차전을 치른 13차례 중 단 한 번을 제외하면 3차전을 이긴 팀이 모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2003년 현대 유니콘스가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 1패 뒤 3차전에서 졌지만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날 경기는 비가 변수가 됐다. 1회초 1점을 내준 두산 선발 장원준은 첫 번째 우천 중단 이후 제 페이스를 찾았다. 8회 2사까지 올 시즌 자신의 최다 투구 수인 127개를 던지며 6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승을 따냈다. 역투에 힘입어 3차전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반면 삼성 클로이드는 스타트가 좋았지만 두 번째 우천 중단 이후 흔들려 4회말 역전을 허용했다. 삼성은 클로이드에서 심창민을 마운드에 올린 6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두 점을 허용한 나바로의 실책이 뼈아팠다. 4차전은 30일 오후 6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롯데의 이대호는 소프트뱅크의 이대호가 됐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대호는 2년 연속 우승의 기쁨을 맛보며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일본 도쿄 메이지 진구구장에서 열린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5-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일본시리즈에서 타율 0.500(16타수 8안타) 2홈런 8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일본시리즈에서 MVP에 오른 한국 선수는 이대호가 처음이다.
지난해 소프트뱅크 부동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는 올 정규시즌 우치카와 세이치에게 4번 타자를 내주고 5번 타자로 보직이 이동됐다.
하지만 이대호는 5번에서도 강력했다. 이대호는 정규시즌 141경기에 나서 타율 0.283, 31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일본 진출(2012년) 후 가장 낮았지만,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는 일본 무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웠다.
포스트시즌에서 이대호 활약은 더욱 두드러졌다.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퍼시픽리그 파이널스테이지 3경기에서 12타수 5안타(타율 0.417) 2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일본시리즈행을 이끌었다.
일본시리즈는 이대호의 독무대였다. 우치카와가 부상으로 빠져 4번을 맡은 이대호는 1차전 4타수 3안타, 2차전 결승 투런포(3타수 1안타 2타점)를 터뜨렸다. 3차전에서 목 통증으로 2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대호는 4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4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렸다. 5차전에서도 0-0으로 맞선 4회 결승 투런 홈런을 날려 2타점(3타수 1안타)을 기록했다.
이대호는 한국 무대에서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해 마침내 2014년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고 올해는 우승 반지와 더불어 MVP까지 차지했다.
일본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이대호는 올 겨울 옵션 계약을 행사할 수 있다. 2014년 소프트뱅크와 2+1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의 잔류 여부는 이미 일본 프로야구 관심사가 됐다.
일본에서 시즌을 마무리한 이대호는 다음달 8일 시작되는 프리미어 12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