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치열한 한국시리즈지만 모두가 즐겁지는 않은 분위기다. 불편한 시선도 있고 재미없다는 냉정론도 있다.
△대체 야구가 뭐라고=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은 선발 투수 장원준의 역투에 힘입은 두산이 5대1로 삼성을 꺾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승1패로 맞선 상황에서 3차전을 따낸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91.7%에 달한다. 시리즈 전적 2승1패를 기록한 두산에겐 우승 청신호가 켜진 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전개되고 있는 한국시리즈지만 드라마 팬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뿐이다. 이날 KBS 수목드라마 ‘장사의 신-객주 2015’ 시청자 게시판은 항의 게시물로 몸살을 앓았다. 야구 생중계 여파로 결방됐기 때문이다. 당초 KBS는 야구 중계가 끝나는대로 ‘장사의 신’을 방송하겠다고 알렸지만 두 차례 우천 중단으로 중계가 지연돼 결국 9회초 결방 소식을 알렸다.
갑작스러운 편성 변경에 한 시간 가까이 ‘장사의 신’을 기다린 시청자들은 결국 폭발했다. ‘국민 상대로 장난하나’ ‘밀당(밀고 당기기)도 아니고’ ‘야구도 하고 드라마도 하면 될 것 아닌가’ 등 항의 게시물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드라마 대신 야구를 선택한 KBS 결정은 옳았을까.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는 손해를 봤다. 한국시리즈 3차전은 전국 시청률 9.0%(닐슨코리아 시준)를 기록했다. 전날 10.1%를 기록한 ‘장사의 신’ 보다 못한 성적표다. 하지만 매 이닝 광고를 삽입할 수 있는 야구 중계 특성상 상업적인 논리를 따지면 KBS 입장에선 그리 큰 손해도 아니다. 1년에 한 번 하는 한국시리즈 지상파 중계를 기다린 야구 팬들을 외면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재미도 없잖아=야구 중계가 불편하다는 시선과 달리 아예 한국시리즈 수준이 떨어진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원정도박 의혹으로 빠진 삼성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3인방 때문이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사상 초유의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2~3차전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두산의 결정적인 실책이 나온 1차전을 만약 패했다면 4연패 스윕 위기에 놓였을 수 있다. 사흘만 쉰 1차전 선발 피가로가 4차전에서 무너져도 1승3패로 벼랑 끝으로 몰린다.
삼성 부진의 이유를 놓고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타선 부진도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3인방 부재를 맨 처음 꼽는다. 가장 안정적인 선발과 중간, 마무리가 빠져 시리즈 마운드 운용이 크게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큰 점수 차이로 리드하지 못한다면 박빙의 상황에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아야 하는데 불펜 에이스 두 명이 전력을 이탈했다. 차우찬을 폭넓게 활용하고 싶지만 선발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한국시리즈를 코 앞에 두고 3인방 엔트리 제외라는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삼성 경기력은 예상보다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큰 경기 직접 관람시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방문 효과도 2~3차전을 연패해 무색해졌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온 ‘미라클 두산’이 손쉽게 우승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예상에 맞서 역전극 반전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