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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박효상, 이혜리 기자] 걸스데이 혜리가 이렇게 잘 해내리라 누가 알았을까.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혜리는 18세 여고생 덕선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캐스팅 논란에도 불구하고 혜리는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한번에 날려버렸다.
극중 덕선이는 첫째 성보라(류혜영)와 막내아들 성노을(최성원)의 사이에 끼인 일명 ‘샌드위치’ 딸이다. 그런 탓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늘 양보해야했다. 흔한 계란프라이도 실컷 못 먹고, 생일 케이크도 받지 못하는 설움을 품고 사는 캐릭터.
연기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연기자지만, 여느 배우들보다 드라마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덕선이의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결국 혜리가 잘 해낼 수 있었던 것도 제작진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혜리는 처음에 오디션 제의조차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렇다면 덕선이 역을 꿰찰 수 있었던 혜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혜리가 밝힌 ‘응팔’ 캐스팅 과정을 정리해봤다.
“많은 분들의 이목을 끌고 사랑을 받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저를 보는 우려의 시선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내 것만 잘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를 했죠. (우려의 시선들에 대해)부담이 되는지 몰랐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후련했어요. 은연중에 부담감을 느꼈었나 봐요.”
“대중의 시선이 어느 순간 바뀌더라고요. 일종의 쾌감을 느꼈죠. 정말 기뻤어요. 캐스팅 논란이 종식되지 않았다면, 계속 비슷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드라마에 폐를 끼쳤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제가 가진 저에 대한 믿음보다 감독님이나 작가님의 믿음이 더 컸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많이 믿어주신 것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셈이죠. 저를 택한 것도 모험이셨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믿어주셨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도 그만큼 제작진을 믿었어요.”
“회사에서 ‘응팔’ 오디션 보러 가자고 할 때 의아했어요. 오디션에 붙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도 없었어요. 제가 이때까지 이렇다할 연기를 보여준 적도 없었잖아요. ‘설마 내가 되겠어?’라는 생각이 컸죠. 그래서 더 편하게 오디션을 봤고, 미팅을 했어요. 그냥 수다 떠는 것처럼 대화를 많이 했어요. 꾸밈없는 모습이 덕선이와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오디션 때 수다를 계속 떨다가 갑자기 감독님이 대본을 주시면서 ‘읽어볼까요?’하셨어요. 그때부터 떨리기 시작했어요. 올림픽 피켓걸을 열심히 준비해오던 덕선이가 마다가스카르가 출전이 취소되면서 더 이상 피켓걸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장면이었죠. 그냥 덕선이가 참 안됐다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 이후에 두 달 정도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면서 리딩을 했어요.”
“오디션에서 보라 언니 생일파티 때 우는 장면도 읽었어요. 서럽고 공감이 됐지만 연기하기에는 어려운 신이었죠. 울부짖고 화내는 연기가 처음이었어요. 감독님은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렀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리허설 때 울까봐 대사도 하지 않고, 실제 촬영을 할 땐 덕선이의 입장에서 진짜로 울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장면을 꼽을 거예요.”
islandcity@kukimedia.co.kr 디자인=이윤지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