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태어나서 이렇게 단기간에 말을 많이 해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룹 엑소의 일원으로 볼 때는 항상 조용하던 도경수(활동명 디오·24)가 인터뷰 첫머리에 꺼낸 말이다. 3일 오후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도경수의 모습은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며칠씩 이어진 인터뷰 릴레이에 지쳐 있을 만도 한데, “다양한 분들에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다 달라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놀라울 뿐이다.
도경수는 영화 ‘순정’에서 처음으로 주연 범실 역을 맡았다. 순수하고 헌신적인 열일곱 살의 범실은 평소 봐오던 도경수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열일곱의 도경수는 어땠을까. “범실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고 도경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총평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조용했고, 까불지도 않았다.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았지만 학교는 꾸준히 다니는 애들 중 하나가 도경수였다고. “튀지 않고 말 잘 듣는 모범생. 그랬던 것 같아요. 나서서 저를 과시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친구들과 다 함께 노는 건 좋아했어요.” 어리광을 부리거나 말썽을 피우는 것은 열일곱 살의 도경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부모님은 도경수를 ‘딸 역할 하는 아들’이라고 평했단다. 말 잘 듣고 세심하게 주변 사람을 챙기는.
“어린 나이니까 어리광 피우고, 그런 게 맞는 건데 하는 생각은 들지만 생각해 보면 저는 지금까지도 자기검열이 좀 있는 타입 같아요. 주변 사람 중에 사고를 치거나 부모님 말을 안 듣는 모습을 보면 ‘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실천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갑갑할 수도 있는데 그게 또 재미있어요. 거기서 얻는 것들도 많거든요.” 실제로 그래서 더 성숙해졌다고 도경수는 덧붙였다. ‘타산지석’이라는 사자성어를 사람으로 옮겨놓으면 도경수가 될까. 남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유난히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도 본래 도경수의 성격은 아니라는 것이 본인의 전언이다. 본래 자신의 얘기를 누구에게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 바뀐 것은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부터다. 굳이 말을 안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나는 도경수인데, 너는 누구야?”하고 묻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1년 전이 지금보다 더 많이 어렸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요. 1년 전에는 실수도 많이 했고, 거짓말도 해 봤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거짓말 하는 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좋을 게 없더라는 생각이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어요. 꾸준히 배우는 거죠.”
아이돌이라는 직업과는 언뜻 맞지 않는 성격 같지만 그렇지도 않단다. “제 직업은 팬들에게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고, 행복과 웃음을 드리는 게 기본이잖아요. 어느 순간 행복보다는 팬들이 슬픔을 느껴보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많은 생각을 하며 활동해왔죠.” 실제로 그룹 엑소로 활동하며 본의 아닌 어른의 사정 때문에 팬들도 함께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도경수는 “너무 감사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좋은 경험이든 슬픈 경험이든 같이 느끼면서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같은 자리에 있는 팬들을 도경수는 ‘우리’라고 칭했다.
“우리끼리는 바뀌지도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어디를 가도 우리가 서로에게 열광하는 건 어렵고 놀라운 일이죠. 같이 쭉 함께 왔고, 우리끼리는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는 생각이 있어요.”(②에 계속) rickonbge@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