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10에서 1을 빼면 답이 얼마게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묻는 박보검에게 바로 9라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답이 9라면 그 질문 안 했겠죠?”라고 묻자 박보검은 활짝 웃으면서 “맞아요, 답은 0이에요.” 하고 말했다. 아홉 번을 잘 해도 한 번을 잘못하면 앞의 아홉 개는 잊혀진다는 뜻이란다. 팔판동에서 만난 만 스물 세 살의 청년 박보검은 그런 사람이었다. 열 번의 기회 모두에 최선을 다 하는. 마치 최택과도 꼭 닮았다.
‘응답하라 1988’은 배우 박보검에게는 큰 기회였다. 그간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가장 큰 역할이었고, 심지어 주인공 덕선이의 남편이 되기까지 했다. 그간 ‘응답하라’ 시리즈의 팬이었기에 오디션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설레었고 신원호 감독을 만나는 것이 덜덜 떨렸다. ‘욕을 해보라’는 주문에 어색하게 욕을 하고 최택 역을 받았던 박보검은 성공적으로 ‘응답하라 1988’을 끝낸 후에도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데 만족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감사해요”라고 겸손을 표했다.
“저는 정환이가 남편이 될 줄 알았어요. 그거 아세요? 배우들 대본이 다 각자 다른 거. 2015년의 이미연·김주혁 선배가 나오는 장면이 제 대본에는 없어요. 1화보고 제 캐릭터는 성인 역으로 누가 나올까 엄청나게 궁금해했죠. 제가 남편이 되는 것도 저는 19화 대본보고 알았어요. 예를 들면 덕선이랑 꿈에서 첫키스를 하는 장면 있죠? 저는 연기하면서도 그게 진짜로 택이의 꿈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덕선이는 아침에 등교할 때 택이랑 ‘너 언제 갔어?’ ‘개꿈 꿨어.’하고 헤어진 후에 버스정류장에서 착잡한 표정을 짓잖아요. 그 디렉션이 제 대본에는 없었어요. 끝까지 꿈인 줄 알 만 하죠?”
박보검이 19화에 자신이 남편임을 알게 된 경위도 재미있다. 남의 쪽대본을 잘못 받아서 읽어보고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얼떨떨했다. 누가 남편이 되던 간에 재미있게 연기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만 했지 정작 자신이 ‘응답하라 1988’의 최고 주역일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보검은 “시청자 입장에서 보니까 정환이가 너무 멋있어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당시의 당황감을 소회하기도 했다.
해맑은 박보검을 보니 다음 작품에서 그가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절로 걱정이 됐다. 주역을 훌륭하게 해냈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주연이리라고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보검은 반색하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찬데, 어떻게 그래요”라고 반문했다. 박탈감을 느낄 틈도 없다는 것이다. 다만 다음 작품에서 어떤 역할로 인사를 할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와, 박보검이 저런 역할도 하네, 하는 소리를 들으면 행운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축복이기도 할 거고요. 아직 다음 작품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역할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rickonbge@kmib.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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