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그림을 통해 우리는 작가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못 했던 한 시대상을 읽는다. 반면 의도적으로 그림 속의 풍경을 메타포처럼 해석한다.
여기에 프랑스 생라자르 역의 모습이 잘 담겨진 두 장의 그림이 있다. 1877년 제3회 인상주의전에 출품된 클로드 오스카 모네(Claude Oscar Monet)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로 파리 시에 있는 기차역 생 라자르 역을 그린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 싶게 정교함이라던가 붓터치가 다르다.
바로 인상주의 기법, 빛과 대기에 따라 느껴지는 ‘인상’ 즉, 찰나를 포착해서 그렸기 때문이다. 기차와 역사는 자체로 도시와 근대를 상징하는 풍경이 되어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등장하는데, 모네가 기차역을 그리게 된 동기 그리고 그 과정이 제법 재미있다.
한 평론가가 인상파 화가전을 둘러본 뒤에,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고 ‘불쌍한 장님 천치들’이라고 조롱하였는데, 이 비난의 응답으로 모네는 생라자르 역을 그리게 된다. 생라자르 역을 그리기 위해, 모네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역을 찾아가 아주 당돌하게 역장에게 명함을 건넸다. 역장은 모네를 알지 못 했으나 당시 화가는 유명한 이들이 많았기에 예를 갖추며 그를 맞았다.
“내가 당신의 역을 그리기로 결심했고. 오랫동안 나는 북부역을 그릴까 당신네 역을 그릴까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는데, 이제 보니 당신의 역이 더 특색이 있는 것 같군요.” 그는 이 역을 치켜세우며 그림을 그리고 싶은 까닭을 설명했다.
모네를 어렵게 대했던 역장은 결단 있게 그의 요청을 들어주며 기차를 멈추게 했다. 더불어 시시각각 변하는 기관차의 수증기를 그릴 수 있도록 기관차에 석탄을 가득 채워주기도 하여 모네는 며칠씩이나 역을 점거한 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그래서 태어난 작품이 <생라자르 역> 시리즈이다.
모네는 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등의 효과는 물론 정지해 있는 육중한 기관차와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기차를 가까이서 관찰했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증기로 이루어진 색색의 소용돌이를 관통하는 빛의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길가나 건물 안에 이젤을 배치해 놓고 그림을 그려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작품을 유유하게 바라볼 수 있다.
최근에 개최된 그레미 어워드에서 여성으로서 최초 연속 2연패를 달성한 테일러 스위프트는 “여러분의 성공을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을 것입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다면 그 열정을 언젠가는 사람들이 인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며 수상소감을 밝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인상주의라는 신기법을 폄하하는 평단에 당당히 맞서고 인상주의 작품을 자부심으로 끝까지 그려냈던 모네가 그녀의 말과 관통하는 건 아닌가 싶다.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