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글로리데이’ 청춘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뒤에 숨겨진 함정

[쿡리뷰] ‘글로리데이’ 청춘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뒤에 숨겨진 함정

기사승인 2016-03-15 16:01: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청춘이라는 단어는 푸를 청에 봄 춘자를 합해 쓴다. 그만큼 푸르고 좋은 시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세대의 청춘을 가만히 곱씹어 보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 제목은 청춘 세대들에게 “아프면 환자지 무슨 청춘이야”라며 비웃음을 당할 정도다.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에게 펼쳐진 미래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을 것만 같은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잘 될 가능성 옆에는 잘 되지 않을 가능성, 혹은 최악이 될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글로리데이’는 그런 ‘잘 되지만은 않는 청춘들’을 그린 영화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용비(지수)와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이 있다. 이들은 할머니와 둘이 살다가 대학교 등록금을 아끼기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친구 상우(김준면·엑소 수호)를 안쓰러워한다. 상우의 해병대 입대 전날, 친구를 포항에 바래다줄 겸 함께 여행을 떠난 이들은 술에 취해 부둣가를 배회하다 한 여자를 때리는 남자를 목격한다. 폭력 가정에서 자라난 용비는 이를 그냥 보아 넘기지 못하고 남자를 말린다. 그러다 싸움이 커지고 경찰이 출동한다. 저도 모르게 도망치는 네 명이지만 도망치던 중 사고가 난다. 사고를 채 수습하지도 못한 채 붙들려 경찰 조사를 받던 네 명은 자신들이 뜯어말리던 남자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단순 시비가 폭행치사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는 영원하리라고 믿었던 청춘들의 우정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그린다. 20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학교에서 배워온 신념, 자신들을 기른 부모에 대한 존경은 사건 하나로 박살이 난다. 어른들은 자식을 위한다는 말을 앞세워 자신의 욕망을 아이들에게 투영한다. 스무 살들은 어른들의 ‘미래’라는 말에 떠밀려 현재와 우정 사이를 방황하고 죄책감을 팔아넘긴다.

용비 역을 맡은 지수의 연기는 브라운관에서도 그랬듯 스크린에서도 빛이 난다. 류준열·김희찬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 후반 버스 안에서 세 명이 가지는 감정 갈등신은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기 부족함이 없다. ‘글로리데이’의 크랭크인 당시에는 세 사람 모두 ‘아는 사람만 아는’ 원석 같은 배우였지만 지금은 누구나 다 아는 보석들로 영화에 힘을 보탠다. 엑소 수호가 아닌 배우 김준면이 ‘글로리데이’에서 발휘하는 가장 큰 힘은 마스크다. 연기력을 논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아쉽지만, 희고 반듯한 얼굴이 상우 역에게 부여하는 애잔함과 처연함은 연기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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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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