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지루하고 재미없는 소설이 되어버렸다. 왜일까. 저자 이정서는 2014년 기존 ‘이방인’의 오역을 지적한 역자노트를 실은 ‘이방인’을 출간해서 번역 논쟁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저자가 ‘김화영의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으로 연재했던 6개월의 시간을 소설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과연 이게 번역일까? 그야말로 국적 불명의 언어가 되어버린 것이다. 역자는 이제 하나를 바로잡아서는 도저히 문맥이 이어지지 않으니 아예 번역을 포기하고는 ‘mon pere’를 ‘몽 페르’로, ‘monsieur’를 ‘므시외’로, ‘mon fils’를 ‘몽 피스’로 옮기고 있다. 이 번역을 읽고 제대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었을까?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그건 ‘벌거숭이 임금님’ 동화 속 벌거숭이 임금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이라고 칭송하던 거짓말쟁이 어른들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p.346)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주인공 이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왜 오역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떻게 번역을 시작했고 왜 연재를 끝까지 이어갈 수밖에 없었는지 등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또 카뮈의 원 문장과 번역 문장을 비교해 짚어가며 쉼표 하나도 무의미하게 사용하지 않았던 카뮈의 숨결을 고스란히 되살려놓기도 한다.
이정서 지음 / 새움 / 1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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