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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홈쇼핑 방송을 보다 보면 전에 없던 가격과 구성이라든지, 방송 중에만 이 가격에 판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요. 그렇게 되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잖아요. 하지만 정말 쇼호스트의 말처럼 방송에 나오는 가격이 최저가일까요? 정말 전에 없던 구성일까요? 오늘 호시탐탐에서 홈쇼핑의 거짓말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 지금까지 믿었던 내용들이 다 거짓이라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물론 전체 다는 아니죠. 하지만 TV홈쇼핑 업체들이 내어놓는 사상 최저가, 초특가 등의 광고문구 중 상당수는 거짓입니다. 자동주문이나 제휴카드 할인 등을 모두 적용해야 가능한 최저가를 마치 기본 판매가인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도 많고요. 또 대부분은 TV홈쇼핑 방송 종료 후에도 다른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동일한 수준이거나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최저가’라는 광고 자체가 거짓인 경우가 많다고요?

조규봉 기자▶ 네.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 많은데요. 직장인 H씨는 한 TV 홈쇼핑을 보다 보니 평소 사려고 생각해 둔 청소기가 '국내에서 가장 싸다'라는 광고와 함께 나왔고요. 화면에서 마감 시간이 다 되었다는 알람이 계속 울려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결제를 했습니다. 하지만 제품을 받은 뒤, 인터넷 쇼핑몰에서 같은 상품이 더 저렴한 값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김민희 아나운서▷ 미리 가격 비교를 해보고 나중에 구매를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조규봉 기자▶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는 거라면 그렇게 했겠죠. 하지만 홈쇼핑은 주어진 시간이 짧잖아요. 연속해서 마감된다, 이 색은 품절이다. 못 구한다. 이런 식의 말들을 뱉어내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죠. 혹시 못 사게 될까봐 서둘러 결제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격 비교를 해볼 틈을 주지 않은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그게 아마 홈쇼핑에서 노린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분명 국내 최저가라고 광고를 했지만, 그게 사실이 아닌 것을 밝혀졌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차액을 환불해 주나요?

조규봉 기자▶ 그럴 리가요. 가격 비교 후 바로 TV홈쇼핑 업체에 항의했지만, 가격 비교에서 온라인 쇼핑몰은 예외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온라인 쇼핑몰은 예외다. 홈쇼핑들 사이에서만 최저가라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최저가라고 광고를 해서 믿고 산 건 소비자니까,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최저가라는 말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거네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심지어 한 TV홈쇼핑 업체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해당 신발이 최저가인 것처럼 광고했는데요. 사실 자사 인터넷쇼핑몰에서 만 원 이상 싼 가격에 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같은 회사에서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가격에도 차이를 두는 군요. 또 앞서, 자동 주문이나 제휴 카드 할인 등을 모두 적용해야 가능한 최저가를, 마치 기본 판매가인 것처럼 표시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는데요. 속아서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많나요?

조규봉 기자▶ 정말 많죠. 방송을 보다 보면 그래서 도대체 정확한 가격이 얼마라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잖아요. 일시불 금액은 안 나오고, 할부 금액만 계속 나올 때도 있고요. 최종 해택가라는 타이틀로 나오긴 하는데 실제 결제할 때는 그 금액이 아닌 경우도 많고요. 앞서 이야기한대로 한 TV홈쇼핑 업체는 모바일 앱 할인과 적립금 등 온갖 할인혜택을 다 포함한 금액을 마치 물건의 실제 판매가격인 것처럼 광고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이렇게 TV홈쇼핑 업체들이 과도한 구매 유도를 하거나 허위, 과장 광고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더 주의해야겠네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에서 10월간 6개 업체의 총 100개 방송을 검사한 결과가 있는데요. 70%가 방송사상 최저가, 단 한 번도 없던 초특가, 방송 종료 후 가격 환원 등으로 광고하고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하지만 방송 사상 최저가도 아니고, 초특가도 아닌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 중 82.9%는 방송에서만 판다던 물건을 자사 인터넷몰에서 계속 판매하기도 했고요. 다른 쇼핑몰의 가격이 더 저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한 TV홈쇼핑 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모바일 앱은, 상품 구입 후 쌓이는 적립금까지 할인금액에 포함해 최종 판매가를 표시했는데요. 마치 소비자가 할인혜택을 받는 것처럼 표시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광고 면에서 보면 어떤가요? 홈쇼핑을 보다 보면, 세상에 이런 상품이 정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과장된 광고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 역시 많이 부풀려진 거죠?

조규봉 기자▶ 그럼요. 워낙 쇼호스트들이 말을 잘하니까 거기에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요. 조사 결과 실제로 39%는 효능과 성능을 과장하고 있었습니다. 한 TV홈쇼핑 업체는 정수기를 팔면서 노로 바이러스 제거, 중금속 100% 제거라고 광고했지만, 소비자원의 확인 결과 이 정수기는 중금속 제거 기능이 없었거든요. 결국 그 광고는 사실이 아니었죠.

김민희 아나운서▷ 이렇게 되면 방송을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건데요. 그리고 또 그렇게 효능은 크게 부풀려 이야기 하면서, 정작 그 상품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 할 정보는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네.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렌탈이나 여행 상품 방송인데요. 보시면 약관이나 세부 내용은 글자 크기가 작습니다. 소비자들이 정확하게 거래 관련 정보를 인지하기가 어렵죠. TV홈쇼핑 중 각종 렌탈이나 여행상품 관련 방송 30개 중 93.3%는 반품, 위약금, 추가비용 등 계약 체결 및 유지에 불리한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하지 않았고요. 그냥 자막으로 잠깐씩 내보내고 말았습니다. 홈쇼핑 측에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자막으로만 애매모호하게 처리하면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우니까요. 그런 상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광고만 믿고 덜컥 계약을 해서, 손해를 보는 사례도 있을 것 같아요.

조규봉 기자▶ 네. 한 홈쇼핑 업체는 렌탈 정수기를 팔면서 보증금, 배송비, 등록비, A/S비용 0원이라는 자막은 크게 보이게 쓰고요. 설치비가 2만원에서 3만원 청구됨이라는 자막은 하단에 작은 글씨로 내보냈거든요. 그렇게 되면 그 자막을 보지 못한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네요. 자신들은 자막으로 설치비 고지를 했다고 하면 끝이니까요.

조규봉 기자▶ 여행 상품 판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한 업체의 호주 시드니 여행상품 방송에서는 가이드 경비 1인 50달러 현지 지불이란 문구가 있었지만요. 주문 전화번호 자막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게 확인하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이렇게 TV홈쇼핑 업체들이 허위, 과장 광고를 하거나 중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소비자 불만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봉기자, TV홈쇼핑 업체들의 이런 소비자 우롱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조규봉 기자▶ 간단합니다. 솜방망이 제재 탓이죠. 지난해 떠들썩했던 가짜 백수오 사태 기억하시죠? 소비자들을 우롱한 그런 일을 겪고서도 별반 달라진 게 없거든요. 이제 정부가 강경하게 나서서 과징금을 대폭 인상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겠죠. 그리고 이제 홈쇼핑에서 겉으로 내세우는 가격 뿐 아니라 할인 조건과 추가비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구매하는 똑똑한 소비가 필요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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