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6월의 대한민국 영화관에는 스릴러와 수사물, 괴물 종족·정글 소년과 초능력자들이 와글거린다. 물론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 되겠지만 사람 목숨이 종잇장처럼 스러지는 것을 스크린에서 내내 보는 것이 힘겨울 관객들도 분명 있다.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은 그간 쉴 새 없이 장르 영화들에게 몰아붙여져 온 관객들을 사정없이 웃겨줄 수 있는 영화다.
연기는 발연기에 내세울 건 미모와 연애 경력뿐인 톱스타 고주연(김혜수)은 연하남인 강지훈(곽시양)에게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처절하게 차인다. 진정한 나의 편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벌써 마흔을 훌쩍 넘긴 때다. 애라도 갖겠다고 찾아간 산부인과에서는 ‘폐경’이라는 가혹한 진단이 주연을 기다린다. 그 때 산부인과에서 마주친 중학생 단지(김현수)는 주연의 한 줄기 빛이 된다. 내 편이 절실한 여배우와, 원하지 않던 아이를 가져버린 중학생은 대국민 사기극을 꾸미기 시작한다.
미혼모가 얽힌 이야기들은 결국 적당한 클리쉐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원하지 않던 아이나 버림받은 처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은 넘치도록 있지만 외로운 사람간의 이야기는 모두가 예상했던 상황을 따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바이 싱글’이 가지고 있는 내러티브는 매력적이다. 무책임한 남자 때문에 일어난 상황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또 다른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여성 관객들에겐 충분히 ‘굿바이 싱글’이 가치 있는 영화다. 더불어 ‘굿바이 싱글’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성 캐릭터들은 오로지 주연과 단지의 선택에 모든 것을 맡긴다. 남의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는 미덕을 가진 이들이기에 관객은 ‘막장 드라마’를 각오하지 않아도 된다.
감독이 “톱스타의 극단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봤을 때 미성년자, 그것도 아이를 가진 여자였다”라고 말한 것처럼 영화의 시발점은 평면적이기 그지없다. 자연스레 클라이막스와 해결책도 그리 입체적이진 않다. 딱 예상한 만큼의 눈물, 예상한 만큼의 해피 엔딩이 관객을 기다린다. 그러나 가끔은 뻔한 해피엔딩도 필요한 법이다. “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철없는 캐릭터를 맡았다”던 김혜수의 연기가 뻔하지 않기에 더욱 빛난다. 톱스타 역할을 맡은 만큼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패션은 눈이 즐겁다. ‘국민 귀요미’ 마동석이 선사하는 웃음은 청량하다. 15세가. 오는 29일 개봉.
onbge@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