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 프로야구(KBO) 시작 3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왕성하게 활기를 띨 시기이죠.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는 승부조작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4년 만에 승부조작 사건이 NC 다이노스 소속 투수 이태양(23) 선수가 던진 공에 의해 재발했습니다. 앞서 브로커가 선수에게 접근하던 방식과는 달리 이번에는 선수가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했습니다. 매우 이례적이죠.
상무 소속 문우람(24)의 승부조작 제안에 이태양이 승낙하고 그들은 브로커 조모(36)씨와 구체적인 경기일정과 방법을 협의했습니다. 지난해 5월29일 경기에서 이태양은 브로커로부터 1이닝 1실점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조작에 성공합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운영자 최모(36)씨는 해당 승부조작으로 1억 원의 이득을 남겨 이태양에게 현금 2000만원, 문우람에게 1000만원 상당의 물품, 조씨에게 2000만원을 배당했습니다. 이어진 세 번의 ‘1이닝 볼넷’ 승부조작에서는 한 차례 성공하고 두 차례 실패했죠.
이 ‘위험한 줄타기’는 결국 검찰에 적발됐습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몇 천 만원 벌려다 몇 억원의 연봉과 삶을 잃게 됐습니다.
지난 2012년에도 LG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이 브로커에게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했습니다. 당시 두 선수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받았습니다.
승부조작 사건에 네티즌들은 실망을 표했습니다.
“몇 천 만원 때문에 야구 인생 망치다니 안타깝다” “일벌백계해야 한다. 스포츠 최악의 중죄다” “철저히 조사해야 된다. 승부조작은 프로 스포츠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선수생활 10년 한다고 했을 때 2000만원이면 하루에 5,479원 버는 셈” “너무 실망스럽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은 금지 약물 복용과 더불어 절대로 용서될 수 없는 중범죄다” “문아람, 진짜 소름 돋는다. 브로커보다 더 나쁘다” “진짜 배신이다. 좋아하는 선수였는데 실망스럽다. 이제 영원히 나오지 마라” “나이도 어린 선수인데 야구로 밥벌이는 끝난 듯”
현재도 온라인 상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단속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터라 관리자를 적발하지 않는 한 URL만 변경한 새로운 사이트가 또다시 개설되기 때문입니다.
이태양 승부조작 사건 후 KBO관계자는 “승부 조작이 있은 후에 적발해 처벌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미 늦다”며 불법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예방에 있어서 선수 개개인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은 정말 중요하다”며 “구단의 엄격한 선수 관리와 승부 조작의 근원이 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근절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소 잃고 고친 외양간이 또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고친들 튼튼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프로야구계는 ‘승부조작’외 사건들로도 곤욕을 치러왔습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안지만(33)과 윤성환(35)은 수 억 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별개로 안지만이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에 투자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등이 원정도박으로 징계를 받았습니다. 김상현(36·KT)은 길가는 20대 여성을 보면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죠.
대한민국 야구는 베이징 올림픽과 프리미어21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KBO의 경우 국내외 인지도가 상승하며 시장규모도 커지고 있죠. 하지만 커져가는 몸집만큼이나 정신도 성장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선수들의 건강한 스포츠맨십이 온전히 자리잡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 야구는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