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반응육아②] 양육의 1차 책임은 부모… 일관성 중요

[명절 반응육아②] 양육의 1차 책임은 부모… 일관성 중요

기사승인 2016-09-14 08:53:38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며느리에게만 명절증후군이 있는 게 아니다. 긴 명절 연휴를 보내려면 아이도 힘들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을 겪느라 불안하고 힘든 아이, 그런 아이를 보느라 더 힘이 들 엄마, 아빠를 위해 한솔교육연구원 김정미 원장이 유아 명절증후군에 대처하는 반응육아법을 전한다.

“양육방식이 다르다면 규칙을 정하고 일관되게 지켜주세요”

오랜만에 손자·손녀를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다. 하지만 때로는 그들의 오랜 육아 경험과 노하우가 부모에게는 간섭이 되기도 한다. 평소 부모가 안 된다고 하는 것도 조부모나 친척들 앞에선 쉽게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아이는 늘 들어왔던 부모의 행동이나 태도와는 다른 면에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상황을 이용해 부모를 난처하게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손자·손녀가 무조건 예쁠 것이다. 그래서 명절이면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진다. 엄마가 일을 하는 사이 할머니가 아이 입 속에 방금 부친 전 한 쪽을 넣어준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는 밀가루와 기름을 피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플까봐 걱정된 엄마는 아이에게 먹지 못하게 하려하고 할머니는 그런 며느리가 야속하다. 평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데 할아버지는 어린 손주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이 신기하고 마냥 예쁘다고 부추긴다. 아이는 이때라는 듯 실컷 게임을 하고 동영상을 찾아본다.

함께 살지 않는 조부모는 부모가 평소 아이에게 금지하는 음식이나 활동에 대해 알 리가 없다. 따라서 명절에 손수 만든 맛있는 음식을 더 먹이고 싶어 하고 아이가 좋다는 것을 더 해주고 싶어 한다.
부모는 나름의 가족 규칙이 있고 양육방식이 있는데, 사사건건 ‘어머니, 그건 안돼요. 그건 주지 마세요’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하지만 아이의 책임은 부모가 우선이다. 따라서 나름의 가족 규칙은 중요하다. 만일 아이에게 아토피 등이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사전에 목록을 만들어 전화나 방문 첫날에 알려드리는 것이 좋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은 부모나 조부모나 마찬가지이니 차이를 좁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아, 하나쯤이야 어떠니, 명절인데. 얘도 얼마나 먹고 싶겠니?”라고 하신다면, 그리고 그것이 치명적인 것이라면 ‘의사 처방’이란 권위를 이용해 정중하고 단호하게 말씀드리는 것도 방법이다.

조부모만 오랜만에 만난 손자·손녀가 반가운 건 아니다. 아이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자신들의 말을 무조건 들어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만 3세만 되도 말을 알아듣고 상황을 판단하며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 평소 장난감을 사거나 어떤 것을 요구할 때 부모와 타협을 하던 아이가 친척집에 가서는 ‘엎어 달라’, ‘장난감 사달라’는 투정을 서슴없이 부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떼를 쓰면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들어주거나 친척이 돈을 주기도 한다는 걸 익히 알기 때문이다.

평소 부모가 어떤 규칙을 갖고 있다면 외부에 나가서도 그 규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사촌이 가져온 장난감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한 아이가 ‘이거 나도 사줘’라며 떼를 쓴다. ‘지금 여기서만 같이 가지고 놀자’고 제안해보지만 막무가내로 사달라고 조른다. 부모는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싶겠지만, 아이는 아마 지난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서 무언가 얻어갔던 경험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기대대로 이번에도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사줄께, 나가자’라고 하신다. 만일 할아버지 또는 친척의 위신을 생각해서 ‘안돼요’라고 할 수 없어 일단 받고 다음날 집에 와서 아이를 야단친다면 소용도, 의미도 없다. 행동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 뒤에 바로 따라오는 결과와 연합이 되기 때문이다. 시간차가 중요하다. 즉, 아이가 할아버지 집(상황)에서 사달라고 졸라(행동) 원하는 것을 얻었다(결과 1). 그리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혼났다(결과 2)면 사달라고 조르는 행동과 시간적으로 가까운 관계는 ‘결과 1’이다. 따라서 엄마가 아무리 혼내도 아이의 조르는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이럴 때는 일차적으로 부모의 판단이 필요하다. 위의 예를 본다면, 할아버지에게 조르는 것이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다만, 가족의 규칙을 어떻게 정하느냐를 판단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규칙을 정했다면 집에서든 밖에서든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여기서는 가능하고, 집에서는 안 되는 식의 융통성을 어린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우리 집의 양육관이 ‘무엇을 사달라고 하는 것은 즉흥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부모와 타협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가족의 규칙이고 부모는 일관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엄마와 아빠가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엄마는 ‘그러면 안 돼’라고 나무라고 있는데 아빠는 ‘뭐 할아버지가 사주는 건데 어때, 괜찮아’라며 반대의견을 준다면 아이는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누구 말이 우선인지 서열을 정하고 이후 그 서열에 따라 반응하는 양상이 달라야 함을 학습하게 된다. 즉 무엇이 옳고 그름을 배우는 것이 아닌 ‘눈치’를 키우는 것이다. 눈치가 아닌,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적합한 판단을 작동하는 ‘자기(self)인지’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 대응법 요약

1. 아이의 특이사항에 대해 친지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양해를 구한다. 이때 양육의 1차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해야 한다. 

2. 가족의 규칙을 상기하고 이는 어디서나 일관되게 적용한다. 무엇을 살 때 엄마에게 허락을 받는 것이 규칙이라면 할아버지가 사주는 것도 엄마에게 허락을 받도록 한다.

3. 엄마와 아빠의 양육관이 동일한지 미리 체크한다. 할아버지가 장난감을 사줄 때 부모의 의견이 ‘괜찮아’와 ‘안돼’가 엇갈리지 않도록 부부가 사전에 타협해 아이 앞에서 다투지 않는다.

4. 지난 명절에 일어났던 상황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처방안을 세운다. 지난 명절에 할아버지에게 졸라서 큰 장난감을 샀다면 사전에 ‘할아버지 집에 방문할 때 할아버지에게 비싼 것을 사달라고 하지 않기’라고 서로 약속한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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