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도널트 트럼프의 완패를 예상했던 매체들이 늦깎이 ‘고해성사’에 들어갔다. 트럼프가 여론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강하게 부인했던 이들은 막상 선거 당일 뚜껑이 열리고, 트럼프가 외려 큰 격차로 대통령에 당선되자 연이어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미국 언론 ‘폴리티코’은 10일 미국 여론조사 연합체가 내놓은 배포자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겼다. 여론조사는 완전히 틀렸다”며 자신들의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체는 퓨리 서치센터, 마리스트 칼리지, 유고브, 서베이 몽키 등의 전문 조사기관에서 파견한 전문가들이 모여 구성한 단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들은 TF팀을 꾸려 여론조사를 지속·반복적으로 실시했는데, 일방적으로 클린턴의 우세를 점친바 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주요 언론들도 연일 클린턴의 우세를 점치며, 지지율에서 크게 앞선다고 보도했다. 단순 지지율뿐 아니라 선거인단 승부에서도 대승을 거둘 거라는 평론을 연달아 내놓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는 “언론과 여론조사매체들이 조작을 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클린턴-힐러리 맞대결이 벌어지자 예상 외로 주요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승전보가 연이어 울려 퍼졌다. 트럼프는 동부 3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압도적으로 앞서갔다.
미국 여론매체와 언론들은 선거 전 주요 격전지로 꼽힌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애리조나, 뉴햄프셔, 조지아주, 메인주 등 13곳에서 클린턴이 압승을 거둘 거란 예상을 내놨지만 이 역시 트럼프의 의외의 선전이 돋보였다.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다소 큰 격차로 선거인단 다수를 확보하자 언론과 여론매체들은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미국 여론조사 연합체측은 배포자료에서 “여론조사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오류의 이유에 대해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은 “우리들이 실시한 많은 여론조사가 클린턴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다”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전체 득표수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당초 예상했던 3~4%p 우위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이길 거라 예상했던 총 득표수도 실제론 틀렸다. CNN 집계 결과(오후 7시 기준)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은 5983만여 표(47.7%)를 얻어 트럼프(5961만여 표·47.5%) 대비 불과 0.2%p밖에 앞서지 않았다.
현재(한국시간 10일 10시) 총 투표집계 92%가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해 힐러리(228명)을 제치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직 애리조나, 미시건, 뉴 햄프샤이어 등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큰 격차로 당선을 확정지은 상태.
이들은 “트럼프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한 오류에 대해 분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본선’인 대선에서 다소 엉뚱한 결과물을 내놓은 데에 비난의 화살을 피하긴 힘들어 보인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히스패닉, 저학력 백인 계층 등에 대한 분석이 전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선거 직후 “대부분 언론이 클린턴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트럼프였다”면서 “여론조사가 어마어마한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특히 빅 데이터를 활용해 적중도 높은 분석을 할 것이라 봤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또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클린턴이 93% 확률로 당선될 거라 내다본 바 있다. 이들은 “언론이 잘못됐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무엇보다 ‘변화’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리고 각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반대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한 LA타임즈-USC(남가주대학)는 무작위로 표본을 뽑는 방식을 포기하고, 흑인 유권자에 가중치를 두고 같은 사람을 상대로 반복해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다.
미국 매치 ‘더 힐’은 “LA타임즈-USC의 여론조사를 놓고 다소 실험적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실제 이들은 4년 전에도 결과를 맞췄었다”면서 “올해 대선에서도 결과를 정확히 분석하며 ‘골든 스탠다드(Gold Standard)’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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