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6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소사실 중 특정 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존 리(49) 전 옥시 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노병용(66·현 롯데물산 대표이사)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는 금고 4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검증을 시행하거나 다른 기관에 의뢰하지 않았다”며 “아무런 근거 없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할 것으로 판단하고 제품의 제조·판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이어 가습기 살균제 제품 출시 전, 라벨에 ‘안전하다’ ‘아이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를 거짓으로 표기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과실을 범하였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그 결과 제품 라벨에 표시된 문구를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 수백여명이 사망하는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다”며 “그들은 원인도 모른 채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숨지거나 평생 호흡 보조기를 착용하고 살아야 하는 중한 장애를 갖게 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리 전 대표 역시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면서도 “그는 사업 계획과 재무 업무만을 담당했기 때문에 해당 사건과 관련성이 적다”고 언급했다. 이어 “리 전 대표는 제품에 대한 직접 보고를 받고 있었지만, 리 전 대표와 관련된 일부 외국인 직원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과실 치사 혐의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옥시 연구소장을 지낸 김모(57)·조모(53)씨에게는 징역 7년, 선임연구원 최모(48)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옥시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다. 옥시가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보다 강한 독성을 가진 제품을 제조·판매한 ‘세퓨’의 오모 전 대표에게는 징역 7년 선고가 내려졌다.
앞서 검찰은 기업 이윤을 위해 소비자의 안전을 희생시켰다는 이유로 신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0년 구형했다.
신 전 대표 등은 지난 2000년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 ‘옥시 싹싹 뉴가습기 당번’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 및 판매했다. 이로 인해 사망자 73명을 비롯해 18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