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딸이라는 호칭 앞에는 ‘친구 같은’, ‘착한’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는다. ‘착한 딸’이라는 굴레에 갇힌 수많은 여성들은 가족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해 힘겨워하고 있다. 엄마의 희생이 요구되는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에서 엄마들은 딸에게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는 사이 엄마와 딸의 갈등은 드러나지 않은 채 곪아간다. 엄마처럼 살게 되는 것이 두려워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여성도 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엄마와의 관계로 괴로워하는 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듣는 말이 ‘엄마가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심한 죄책감이 든다’는 이야기입니다. 딸이 어른이 되어갈수록 엄마는 나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서 엄마의 몸과 마음이 약해졌음을 느끼는 순간, 엄마를 쇠약하게 만든 사람은 자 신이 아닐까 하고 자책감에 빠지는 딸이 많은 듯합니다.
설령 엄마가 ‘네가 이렇게 해주지 않아서’라며 약해진 심신을 딸의 탓으로 돌린다고 해서 그 말을 곧이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할 딸이 뜻밖에도 강하게 나오면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이며 상황을 살피기도 합니다. 그럴 때 엄마에게 쉽게 ‘죄송해요’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엄마의 허약해진 심신은 흐르는 세월 탓이지 결코 딸인 당신의 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엄마의 불편한 심기는 엄마의 문제이고 딸의 불편한 마음은 딸의 문제일 뿐,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p.155)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가상 인물인 서른세 살의 미혼 여성 루이가 엄마와 겪는 갈등을 픽션 형식으로 풀어낸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일본 최고의 가족 심리상담 전문가로 알려진 노부타 사요코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에서 노부타 사요코는 직설적이고 날카롭게 엄마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방법을 조언한다.
아사쿠라 마유미, 노부타 사요코 지음 /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