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태연한 재건축 비리 근절…조합장은 '목소리' 큰 사람 맡는 자리 아냐

[기자수첩] 구태연한 재건축 비리 근절…조합장은 '목소리' 큰 사람 맡는 자리 아냐

기사승인 2017-02-23 17:16:07

[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수십년째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 비리'는 툭 하면 터져 나오는 단골 이슈다. 재건축 사업장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비리문제로 재건축하면 '비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11·3 부동산대책 후속조치로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강남 8개 재건축조합에 대해 서울시와 합동 점검을 벌였다. 그 결과 총 124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했다. 불과 8개 조합에서 100건이 넘는 불법 행위가 나온 셈이다.

이중 3곳은 심각한 비리가 적발돼 경찰 수사의뢰·조합장 교체 권고 등 고강도 처분이 내려졌다. 해당 3곳은 개포시영, 개포주공4단지, 고덕주공2단지다.

이같은 비리가 발생하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불과 몇 사람의 사리사욕으로 인해 진행 중이던 사업이 중단되고 기간이 늘어난 만큼 사업비가 증가한다. 이는 죄없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결국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계속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구태연한 재건축 조합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조합장의 권한 축소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일각에서 "재건축 조합장은 한 몫 챙기는 자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 재건축 조합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총회 의결 등 행정적인 절차가 있지만 조합장에게 위임되는 권한이 많은데다 경제적인 이권이 개입돼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게 현실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조합장이 큰 몫을 챙기고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지켜봐 왔다. 조합장은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라 법적 지식은 물론 금융과 건설에 해박한 사람이 맡아야 하는 자리다.

이제 재건축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lyj@kukinews.com

이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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