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국토교통부를 둘러싸고 또 다시 관료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붉어졌다.
이승호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지난 14일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 사장이 국토부에서 SR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 2주에 불과했다. 지난달 27일 공직에서 퇴임한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곧장 수장 자리를 꿰찼다.
사실 이 사장의 취임에 앞서 국토부 내에선 이 사장이 SR 사장 자리를 약속받고 사표를 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 때문인지 신임 사장 선임을 위해 열린 SR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는 이의 제기 없이 일사천리로 취임이 확정됐다. 게다가 신임 사장을 위한 공모 절차도 이번엔 생략됐다.
이 사장이 짧은 기간동안 SR사장으로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SR이 공직자 재취업 심사 대상이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R이 공공기관으로 확정되지 않아 재취업 대상 기관으로 고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어수선한 탄핵 정국 속에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진 틈을 타 꼼수를 부린 것이다.
사실 국토부 산하기관 낙하산 문제는 하루이틀 붉어진게 아니다. 해마다 잊을 만 하면 '낙하산', '관피아' 문제로 홍역을 앓아왔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며 관피아 청산 운운하면서 뒤로는 슬그머니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그동안 국토부 산하기관장 자리는 고위 관료가 퇴직 후 가는 '폼 나는' 자리 정도로 이용돼 왔다. 이렇게 학연, 지연, 혈연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가 조직을 맡게 되면 그 조직은 각종 이권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산하기관 수장 자리는 국토부 퇴직관료의 놀이터가 아니다. 국토부는 고위공무원 직책 뿐 아니라 중·하위직급 공무원들의 퇴직을 염두에 둔 상식 이하의 인사 관행이 남아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이제는 정말 낙하산의 줄을 끊어 진정한 독립을 시도하길 기대해 본다.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