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소연 기자] 대북제재 확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연일 ‘핵 포기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핵·미사일 실험 포기’를 남북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걸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의 외곽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이 대북 제재 결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태평화위는 “우리의 국력을 총동원해 물리적 행사를 동반한 전략적인 조치들이 무섭게 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무참히 짓밟으려고 달려드는 날강도 같은 행위가 절정에 이르고 있다”며 “이를 수호하기 위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실제적인 정의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7일 정부 성명에서도 “우리 국가와 인민을 상대로 저지르고 있는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 배로 결산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압살해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걷어치우지 않고 경거망동한다면 그 어떤 최후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언급도 있었다. 북한은 “이미 선택한 국가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강경대응이 지속되며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도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을 방문, 북한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같은 달 17일 대한적십자사와 국방부는 북한 당국에 각각 회담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무응답으로 일관, 회담은 사실상 무산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 발사 후, 정부의 대응은 보다 강경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보 총리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 압박할 때”라고 못 박았다. 더욱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남북이 강 대 강으로 맞서는 상황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며 서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과거와 달리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를 조건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의 실효성도 문제다. 지난 6일 북한의 석탄 등 광물과 수산물의 전면 수출 금지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북한 노동자의 신규 송출도 제한했다.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북·중간 송유관이 여전히 연결돼 있는 등 전면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정도의 제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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