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시대’라는 제목과 아이보리 색의 표지 분위기만 봤을 때는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감을 키워드로 삶의 태도를 설명하는 책이 워낙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공감의 시대’는 동물학자의 전문적인 연구를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문장에 달린 주석을 책의 맨 뒤편에 넣은 것을 보면 연구 서적이 분명해보여요. 35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 조금 지루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례가 많고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분명해 읽기 어렵진 않아 보이네요.
사람과 동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표지 사진은 제목 맞춤형으로 배치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동물과 인간은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손을 내밀도록 사전에 프로그램 되어 있을 것이라는 저자가 세운 가설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죠.
네덜란드의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학자인 저자 프란스 드 발은 오랜 기간 영장류 동물과 인간의 유사점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며 수백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저자는 ‘공감의 시대’를 통해 인간이 선천적인 공감 본능을 타고 났고, 이것이 생존을 위한 자연 선택의 결과임을 입증합니다. ‘탐욕의 시대가 가고 공감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죠. 급변하는 시대에 현재 시점의 생물학 연구, 혹은 인간의 본능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에게 권할 만한 책이에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