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UV 품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입 차량에 대한 교환이나 환불 조치가 미진해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G바겐 출시 이래 ‘G바겐은 차체가 단단해 안전성이 우수한 차’라고 홍보해 왔다. 실제 광고에 G바겐이 방호벽을 뚫고 나오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사고 직후 벤츠 G바겐 차량은 지붕이 내려앉고 각 필러(기둥)도 심하게 훼손된 모습이 공개됐다. 특히 고 김주혁의 사망 원인이 당초 알려진 심근경색이 아니라 ‘머리 부위 손상’으로 숨졌다는 부검 소견이 나오면서 일부에서는 G바겐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안전 등급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차량의 안전성 테스트는 제조사가 직접 하는 게 아니고 미국의 IIHS(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나 유럽의 유로 NCAP(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 등 각종 국제기관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G바겐은 고가의 차량이다보니 해당 기관들이 직접 구입하지 않아 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수입 SUV차량의 시동 꺼짐 문제도 반복돼왔다. 주행 중에 엔진이 정지하게 되는 시동 꺼짐은 사고 위험성이 매우 높다. 탑승자들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2014년 한국소비자원의 자동차 시동 꺼짐에 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자동차 시동 꺼짐 관련 연도별 소비자상담센터 상담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시동 꺼짐 관련 소비자상담건수만 1636건에 달했다.
3년간 자동차 시동꺼짐을 주장하는 소비자 불만사례는 702건이었다. 국내차 638건에 비하면 적은 수치지만 수입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64건이나 있었다.
수입차 제조회사별로 살펴보면 BMW코리아가 15건, 폭스바겐 코리아가 14건, 메르세데스-벤츠가 5건순이었다. 수입 자동차 시동꺼짐 상위 6개 모델 중에는 SUV차량 3가지가 포함됐다. 벤츠코리아의 ML280(4건)과 재규어 랜드로버와 레인지 로버가 각각 3건을 차지했다.
지난 9월 26일 지프 체로키를 구매한 임신 7개월의 고객이 차량 구매 나흘 만에 운행 중 차시동이 꺼지는 일이 발생했다. 추석 연휴 뒤 서비스센터에서 점검한 차를 돌려받았지만 시동꺼짐이 반복됐다.
FCA코리아관계자는 체로키 시동 꺼짐 현상에 대해 “본사에서는 소프트웨어 문제로 보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진단장치(PCM)을 이용해 진단 후 업그레이드를 하면 시동 꺼짐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업그레이드 후 문제가 발생하면 교환·환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안 된다”고 덧붙였다.
법이 잘못되어 있어 교환·환불를 못 해준다는 이야기다. 느슨한 현행법이 제조사들의 배짱영업을 부추긴다. 소비자와 제조사 간 차량의 교환·환불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면 한 달 이내 두 번 이상의 중대결함이 발생하거나 1년 이내 세 번의 결함이 발생해야 한다.
결함 입증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하고 입증에 성공해야만 그제야 보상과 환불이 가능하다. 대형 사고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권고사항에 그쳤던 자동차 교환·환불 규정에 대한 법적 기준인 한국판 레몬법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중대결함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열거가 안 돼 분쟁이 많을 것”이라며 “중대과실, 결함의 정의와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비대칭성이 큰 업종이라, 범위를 정할 때 기업의 입장만 반영하지 말고 소비자의 입장까지 반영하는 거버넌스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