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들이 제품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브랜드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BMW는 ‘드라이빙의 즐거움’ 이란 스토리를 갖고 시리즈 차종을 내놓고 있다. 도전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젊은 고객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BMW는 2008년 이미 독일 뮌헨 BMW박물관을 만들어 항공기 엔진으로 시작한 회사인 만큼 과거 쓰이던 항공기 엔진, 자동차 기술과 성능 발달 과정을 자세히 전시해뒀다. 직접 손으로 조작하고 자동차 기술 원리를 경험하는 전시물들도 있다. 현대자동차도 차만 만들던 과거와 이별했다. 생동감, 안전, 자연과 조화를 이루겠다는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유로를 따라 킨텍스의 잘 뻗은 도로를 지나면 체험형 자동차 테마파크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독특한 외관을 만날 수 있다. 우주선 형태의 건물은 지상 9층, 지하 5층 규모다. 스튜디오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포르셰 박물관을 만든 오스트리아 유명 건축 사무소 DMAA가 디자인했다.
1층 로비에서 예약을 확인받고 건물로 들어가면 쇼케이스 공간에 있는 현대자동차 주력 차 10여 대를 볼 수 있다. 가이드 투어는 예약은 시간대별로 15분마다 있고 한정된 인원들이 참여한다. 평일이라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말에는 평균 2000~3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니 예약시간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In to the Car…자동차 완성과정 내 손으로
차들을 구경하다가 왼쪽 끝쪽에 상설전시장 ‘Into the car’ 라인에 대기하면 정각부터 자동차의 모든 것을 탐색해보는 모험이 시작된다.
스토리텔러의 설명에 맞춰 동선을 이동하면 된다. 철광석 원석, 소결광, 코크스 등 쇳물이 강판으로 변하는 모습부터 볼 수 있었다. 직접 손으로 원석을 만져보는 것도 가능했다.
차체의 부위를 선택하면 로봇 팔이 움직이며 강판을 찍어냈다. 차체를 연결하고 색을 입하고 부품을 맞추는 모든 공장과정을 그대로 옮겨놨을 뿐이지만 드라마틱하게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관람객들이 버튼을 눌러서 직접 로봇을 움직여 체험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0층인 공간이 나타났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회사로서 가장 중요한 가치 ‘안전’을 만날 수 있다. 벽면을 따라 수십 개의 푸른색 에어백들이 즐비했다. 손 모양이 붙여진 에어백은 직접 눌렀다 떼보면서 에어백의 성능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에어백 옆으로는 실제 제네시스 G70 차량에 장착된 에어백 8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에 안심을 더한다는 현대차의 철학도 시각화해서 전달했다. 현대차의 안전기술 등을 소개하고 자동차 충돌테스트까지 했다. 영상의 충돌테스트를 마친 차량은 직접현장에 배치되어 있었다. 시속 64㎞속도로 운전자석 앞부분 25%가 손상을 입은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재현해둔 차량이었다. 엔진룸 밀림 현상이나 파편이 최소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실험에 사용된 사람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더미인형 가족도 있었다.
스토리텔러는 "2억원을 호가하는 더미인형은 400여개의 센서가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 자연과 하나된 현대차 디자인 철학
바람을 연구하고 소리를 연주하는 코너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바람과 자동차 동력 계수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0에 가까울수록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얘긴데 현대차 중 아이오닉이 가장 동력계수(0.24) 가장 작았다.
숫자가 적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차량의 형태에 따라 알맞은 계수 적용되어야 하는데 계수가 너무 적으면 차량 뒷부분이 뜨거나 차량 전복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설명 후에는 직접 터치스크린에 조각칼로 차량 형태를 만들어 투어를 듣는 사람들과 현대차로 바람을 가르는 경주도 펼쳐보는 기회도 있다.
검은 색 터널 안에 제네시스 차량 주변으로 LED등이 감싸고 있었다. 잠시 후 차량 경주대회 소리, 바람소리, 창문내리는 소리 등 차량 부품소리까지 LED 등을 이용해 청각을 시각화하는 쇼가 펼쳐졌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의 심장인 파워트레인에 대한 설명으로 자동차 제조 과정은 마무리된다. 엔진의 단면을 형상화환 유리 패널들을 통과하면서 엔진 속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모든 엔진을 본 후에는 직접 운전해보고 주차까지 하는 체험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3층에서는 현대차의 디자인의 영감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사운드 아트와 설치 예술이 오가는 현대미술 전시장 같기도 했다. 1411개의 알루미늄 기둥들이 벽면을 둘러싼 영상과 어우러지면서 우주와 자연의 영감을 쇼로 펼쳐졌다. 가장 장관은 기둥들이 자동차 모양을 만들어내며 앞으로 가는 모습이다.
마지막은 4D 체험관이다. 특수 안경을 쓰고 차 위에 오르면 그동안 자동차가 만들어진 모든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용광로에서부터 파워트레인까지 자동차가 완성되면 직접 레이스에 참가했던 차량의 드라이버가 되어 레이스를 펼쳤다. 속도감을 촉감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 현대차는 예술적 디자인 제시했지만, 체험공간으로 더 충실해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 역시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강조하는 현대차의 기조를 명료하게 드러낸다. 드넓은 공간에 포니 등 현대차의 역사를 상징하는 모델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80~9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입차들에 비해 45년의 짧은 역사를 지녔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스튜디오의 동선은 노골적으로 판매로 연결 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로비에서 단층을 올라가면 바로 쇼케이스 공간이 있다. 이 곳에서는 현재 판매되는 현대차 14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아이오닉, 소나타, 그랜저 같은 승용차부터 다양한 색상과 트림의 제네시스 G70까지 있다. 특이한 점은 고객들이 매장에서 만나기 힘든 상용차도 전시되어있다. 일반 차량의 8배에 해당하는 500리터의 연료탱크를 장착된 엑시언트와 15인승차 쏠라티도 있었다. 쇼케이스의 차들은 직접 승차도 가능하다. 모든 투어가 끝나면 다시 1층 스튜디오로 연결된다.
부모님과 함께 스튜디오를 두 번째 방문한 과학자가 꿈이라는 박경진(10)군은 “국내에서 차량 전시가 가장 많이 된 공간이고 다시 오니 처음에 못 본 것까지 꼼꼼하게 볼 수 있었다”며 “4D 체험이 가장 흥미로웠고 판매제품 뿐만 아니라 현대차 기종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경진군 어머니도 “스튜디오가 차원 높은 서비스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1층 로비에 판매 차량 전시 같은 상업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는 현대차 디자이너나 자동차 전문가들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자주 열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