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책]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

[1일 1책]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

기사승인 2017-11-14 05:00:00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는 제목은 언뜻 평범한 문장처럼 보입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또 새로운 사랑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는 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단순히 사랑에 대한 분석서인가 싶었어요.

하지만 이 책은 결혼 이후의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죠. 불륜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과 결혼 제도를 이야기하는 대신, 사랑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면 불륜을 긍정할 가능성을 꽤 크게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니까요. 거꾸로 생각하면 그런 과감한 접근 덕분에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실제로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는 일본 아마존 사회심리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뇌과학자이자 작가인 저자 가메야마 사나에는 ‘인간은 왜 불륜을 하는가’라는 궁금증을 풀기위해 여덟명의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여성학자인 우에노 지즈코는 자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결혼제도, 가족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이야기를 했고, 곤충학자 마루야마 무네토시와 동물행동학자 다케우치 구미코, 행동유전학자 야마모토 다이스케는 각자 자신의 전문 지식을 이용해 동물의 본성을 논하고 있어요. 종교학자 시마다 히로미는 가부장제의 몰락과 함께 종교, 결혼제도가 서서히 사라지는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러면 불륜이라는 개념도 없어질 거라는 얘기죠.

제목만으로 책의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책의 표지도 흰색과 검은색으로 단순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도발적인 주제를 감추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불륜의 심리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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