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항공‧우주 관련 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에 다시 그림자가 짙게 그리워졌다. 지난 10월 김조원 사장이 취임하고 경영정상화에 돌입하자마자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쟁의행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6일 KAI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5일 전체 조합원 2656명 중 2017명(참석률 75.9%)이 참석한 가운데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76%의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노조가 파업 투표에 돌입한 이유는 ‘임금인상’을 놓고 사측과 충돌하고 있어서다.
KAI 노조는 지난 8월말 국회에서 경영정상화를 호소한 바 있다. 당시 류재선 노조위원장은 연일 터져 나오는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수사로 국민의 따가운 질책과 격노에 노조위원장으로써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 숙였다.
KAI는 이미 높은 연봉수준을 자랑한다. 평균연봉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15년에는 3530명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8600만원, 2016년 3905명의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이다.
이에 반해 KAI는 창사 이래 지난 상반기에 첫 적자를 기록했고 2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냈다. 실제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 손실 913억원이다. 매출은 2분기보다 12.4% 줄었고, 작년 3분기보다 40%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작년 914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올해 누적 영업손실은 1186억원에 달한다.
매출액이 큰 폭으로 줄어든 이유는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KUH)’ 납품 지체와 체계결빙 손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KAI는 2012년 12월부터 수리온을 제조해 방사청에 납품했다. 그러나 잦은 고장 등 결함이 발견되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수리온 납품도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 급전의 일종인 전기단기사채(전단체)라는 회사채를 발행해서 버티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AI는 전자단기사채 5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실제로 KAI는 지난달 전단채 발행 한도를 3500억원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단채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금융상품으로 기업어음(CP)에 비해 발행과 유통절차가 간소하다.
이외에도 사모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조달처를 다양화하려는 작업도 했다.
전문가들은 KAI 수리온 등 관련 사업이 계속 지연되면 유동성 위기설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KAI의 단기신용등급을 A1으로 평가하고 등급하향검토 감시대상 등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이 와중에 KAI 미래 먹거리인 미 고등훈련기 사업도 불완전한 상황이다. 17조원 규모인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지만 KAI는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Lockheed-Martin)과 손잡고 자사 제품 수출을 추진 중이다. 다만 법원이 기소된 전직 KAI 임원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몰라 안심하긴 어렵다.
다만 파업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법적으로 KAI는 파업이 불가하다. 헌법 33조3항 “법률이 정하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노조법 41조는 “주요 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회계방식을 달리해 회사 적자 규모가 크게 잡히는 것이고 회사의 재정상태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회사가 임금 동결로 선을 그었기 때문에 쟁의에 들어갔지만 회사 측과 협상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KAI 관계자도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