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출근하는 기분은 어떨까요.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된 6명의 MBC 언론인들이 상암동 MBC 사옥으로 11일 오전 첫 출근을 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오전 8시30분쯤 서울 성암로 MBC 신사옥 광장에서 '해직자 복직 첫 출근길 환영행사'를 열고 이들을 환영했습니다.
이날 PD에서 사장으로 특급 승진해 출근하게 된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을 비롯해 복막암을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 정영하 MBC 기술 감독, 강지웅 PD, 박성제·박성호 기자가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죠. 사옥 로비에서는 MBC 언론노조원들이 이들을 뜨겁게 반겼고, 사원증을 목에 걸어줬습니다. 지난 8일 해직된 PD에서 MBC 경영진이 된 최승호 사장은 이 자리에서 “그간 MBC가 받은 탄압은 세계 언론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고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저항했고 모두의 힘을 합쳐서 이 순간을 만들어냈다”며 “이제 MBC가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드는 일만 남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 정권을 거치며 MBC의 훼손된 공신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명하는 말이기도 했죠.
투병 중이라 휠체어를 타고 출근한 이용마 기자는 복직의 공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돌렸습니다. 이 기자는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서게 된 건 작년 엄동설한을 무릅쓰고 나와 주었던 촛불 시민들의 위대한 함성 덕분”이라며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그분들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눈시울을 붉혔죠. 박성제 기자는 “개학을 앞둔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라며 "기쁘고 행복한데 '해직 언론인들이 이제 제대로 하겠지'라는 기대가 부담이 된다. 내일부터 재건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을 전했습니다.
MBC는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170일간의 파업을 주도한 것을 문제 삼아 당시 MBC노조의 정영하 위원장,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 노조위원장 출신인 박성제 기자와 최승호 사장을 해고한 바 있습니다. 이후 MBC노조는 MBC를 상대로 해직자 6인의 해고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죠.
지난 8일 업무를 시작한 최 사장은 이날 오전 이들의 복직에 합의하는 한편, 그간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주요업무에서 배제됐던 이들의 인사를 재편했습니다. 가장 먼저 2012년 파업 이후 MBC 내 '유배지' 중 한 곳인 문화사업국으로 발령됐던 한정우 국장이 보도국장으로 발령됐죠. 박준우 정치부장도파업 이후 보도국에서 배제됐다가 보도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박 부장은 이번 인사가 나기 전까지 신사업개발센터 소속이었죠. 파업 이후 해고됐던 박성제 기자는 보도국 취재센터장을 맡게 됩니다.
보도국 부문을 중심으로 MBC가 인사를 단행하며 ‘뉴스데스크’도 인사발령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파업 기간 동안 동료들과의 불화가 불거지거나 전 정권의 왜곡보도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았던 ‘뉴스데스크’ 배현진 앵커는 마지막 인사도 없이 하차하게 됐죠. ‘뉴스데스크’는 인사발령뿐만 아니라 ‘MBC 뉴스’로 타이틀을 교체하고 김수진 아나운서가 임시 앵커로 투입되는 등 크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배 앵커는 이날 뉴스데스크 하차 이후 비취재부서인 ‘편집1센터-뉴스데스크편집부’로 발령났다고 하네요.
새 물결이 이는 MBC. 그러나 전 정권의 그림자는 아직도 MBC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큰 예로 같은 날 8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 지상파 재허가 심사위원회 심사결과, MBC는 616점으로 지상파 3사 중 최하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재허가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죠. 방통위 측은 조건부 재허가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MBC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