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화 결산] 여성 영화 바람-'택시운전사'-재개봉 100편까지

[2017 영화 결산] 여성 영화 바람-'택시운전사'-재개봉 100편까지

[2017 영화 결산] 여성 영화 바람-'택시운전사'-재개봉 100편까지

기사승인 2017-12-23 00:00:00

2017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극장가 관객들의 이목을 끈 영화들은 뭐가 있을까. 어떤 영화들이 가장 흥행했고, 유독 돋보인 이들은 누가 있을까. 올 한 해 박스오피스는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조금씩 부는 여성 영화인 바람, 두 번째는 실화 중심의 영화 흥행이다. 세 번째는 변화해가는 관객층의 연령에 따른 재개봉 열풍이다.


△  ‘여성 영화에 목 말랐다’ 여성 관객층 반긴 여성 영화들

그간 한국 박스오피스 상위를 차지했던 영화들은 남성 중심의 서사가 주류를 이룬다. 역대 흥행영화 순위만 봐도 ‘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등 주역들은 남성이다. 그나마 있는 여성 캐릭터들은 결이 빈약하거나 그마저도 소모성 캐릭터가 많아 아쉬움을 자아냈고, 이는 영화계의 오랜 숙제로 남았다. 

올해는 사회 전반에 페미니즘이 대두되며 수많은 젠더 이슈가 영화계를 관통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시도된 좋은 도전들이 집중 조명 받았다. 가장 의미있는 것은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다. 위안부 피해자였던 과거를 숨기고 억척스러운 시장 할머니로 살아가는 옥분(나문희)의 도전을 다룬 영화는 327만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상을 휩쓸었다. 주연인 나문희는 더 서울어워즈, 영평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여성영화인상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영화는 비록 흥행에 실패했으나 유의미한 논의를 만든 ‘미옥’(감독 이안규) 도 있다. 느와르 장르를 표방한 영화는 당초 주인공인 미옥(김혜수)을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 원톱 영화로 홍보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영화 속 미옥 캐릭터는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변주돼왔던 수많은 빈약한 여성의 한 갈래일 뿐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여성도 느와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관객들의 ‘평면적인 여성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자세를 확인한 것만큼은 큰 수확이다. 

이밖에도 강도 높은 액션 느와르에 도전한 또다른 여배우, 김옥빈의 ‘악녀’도 한 획을 그었다. 지난 6월 개봉한 ‘악녀’는 새로운 액션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 중심에는 주연인 김옥빈이 있다. 덧붙여 배우가 아닌 여배우의 고달픈 삶을 유쾌하게 그려낸 문소리의 ‘여배우는 오늘도’는 여성 영화인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1000만 영화, ‘택시운전사’… 실화가 가진 힘

올해 유일한 1000만 관객 돌파 영화인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는 크랭크인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항쟁을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송강호)의 시선에서 그린 영화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장미대선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며 크게 흥행했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로 데려다 준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큰 흥미를 모았다. 결국 ‘택시운전사’는 누적관객수 1218만명을 기록했으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9위에 등극했다. 이외에도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도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 또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뤄 큰 울림을 남겼다.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사실만을 다루던 그간의 위안부 소재 영화와는 달리, ‘아이 캔 스피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과 국제 사회에서의 규명 노력을 다뤄 호평받았다. 추석 연휴 개봉한 대형 영화들 사이에서도 장기 흥행한 ‘아이 캔 스피크’는 누적관객수 327만명을 기록하며 나문희에게도 여우주연상 6관왕을 안겼다.

덧붙여 오는 27일에는 1987년 1월 일어난 박종철 열사 사망사건과 6월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1987’(감독 장준환)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아픈 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택시운전사’ ‘아이 캔 스피크’ 등에 배턴을 이어받아 흥행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높아진 관객 연령층… 재개봉만 100편

흘러간 명작을 다시 보고 싶은 관객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재개봉 영화들이 올해는 유독 많았다. 지난 22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올해 재개봉된 영화는 100편이 넘는다. ‘록키’를 비롯해 ‘사운드 오브 뮤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러브레터’ ‘이프 온리’ ‘다크 나이트’ 등 다영한 명작 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려 추억을 되새겼다. 그 중에서도 ‘이프 온리’의 경우  첫날 1만4260명을 동원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해당 현상에 관해 영화 전문가들은 영화 관람 연령층의 노화를 꼽았다. 10~20대가 영화관보다는 유튜브나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을 쏟으며 영화 관객의 연령층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존에 익숙하고 인지도가 있는 영화들을 연령층이 높은 관객들이 찾기 시작하며 재개봉 시장도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것이 영화계의 분석이다. 더불어 현재 한국 영화의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재개봉 열풍의 한 이유로 꼽혔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