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기관에 각종 사건사고와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쌓여왔던 문제들이 순차적으로 터진 것일까. 사람이 사는 곳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개선하고 예방하는 일이다. 그런데 일련의 사건에서 정부가 내놓은 후속대책들은 계속해서 같은 아쉬움을 남긴다.
지난해 11월 북한 귀순병을 치료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호소로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났다.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와 만성적인 인력난이 특히 문제였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인력보강을 위해 외과계 전공의가 권역외상센터에서 일정기간 수련을 받도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권역외상센터 역할수행에 따른 수가 및 인건비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것 등이다.
그 다음 달 12월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미숙아 4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 신생아들의 사인은 병원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도 분명 있었겠지만, 이 사건을 통해 신생아중환자실과 의료체계 전반의 부실한 시스템과 만성적인 인력난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정부는 이 사건의 단기대책으로 신생아중환자실 감염감시를 강화하고, 인력강화 및 수가 가산안 등을 발표했다.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24시간 상시 근무하거나 세부 전문의가 근무할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료 수가에 가산하고, 간호인력기준을 상향해 등급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두 사건의 대응책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각종 지원을 늘리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일까. 얼마 전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 모 간호사는 “의료현장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관리·감독을 강화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신생아중환자실, 중증외상센터 등 논란이 된 병실 인력에 수가를 조금 더 얹어주는 방법에 대해 ‘돌려막기식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소재의 모 대학병원 교수는 “비영리병원인 대학병원조차 돈을 많이 벌어야만 유지되는 구조다. 수가를 조금 얹어주는 정도로는 병원이 인력을 더 충원하지 않는다. 신생아중환자실, 외상센터에 인력이 보충되면 그만큼 다른 병실은 인력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얼마 전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에서도 만성적인 의료 인력난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에는 어떤 대책이 나올까. 환자의 안전을 논하기에는 현장 의료인들의 수가 너무 적다. 그마저도 과중한 업무로 피로한 상태다. 언젠가는 터질 환자안전 사고를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