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기획] 역대 대통령의 설 선물…‘통조림’부터 ‘평창 감자술’까지

[설 기획] 역대 대통령의 설 선물…‘통조림’부터 ‘평창 감자술’까지

기사승인 2018-02-15 06:00:00

권력자의 모든 행위는 ‘의미’를 가진다. 대통령이 국빈만찬에서 무엇을 먹는지, 누구를 초청했는지는 당시의 이슈와 권력지형도를 함축해 보여준다. 대통령의 명절 선물 또한 감사와 격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가진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 등이 선물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설 선물로 ‘평창 감자술’과 각 지방의 전통 한과를 선택했다. 강원 평창 감자로 빚은 전통주, 경기 포천 강정, 경남 의령 유과, 전남 담양 약과, 충남 서산 편강 등 지역 안배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며 개최지인 강원 평창의 전통주를 선물 세트에 포함했다. 선물은 파랑, 주황, 검정, 빨강, 초록 등 올림픽 ‘오륜기’를 상징하는 색깔로 포장됐다. 

문 대통령의 설 선물은 주요인사와 중증장애인과 독거어르신, 위탁보호아동 등 사회배려층과 애국지사·보훈가족 등 국가유공자, 최전방 장병, 독도수비대, 소방관 등에게 전달됐다. 충북 제천화재참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희생자 유가족과 지진으로 피해를 본 경북 포항의 이재민 등이 문 대통령의 설 선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지역 특산물을 설 선물로 구성, ‘지역화합’을 강조했다. 지난 2016년에는 충북 보은 대추와 전남 장흥 표고버섯, 경남 통영 멸치로 구성된 농수산물 세트를 주요 인사와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애국지사, 다문화가정 등에 발송했다. 같은 해, 주한 외국 공관장들에게는 중소기업에서 만든 화장품 세트 등을 설 선물로 전달했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해당 중소기업이 ‘의료농단’에 연루됐던 성형외과의사 김영재씨의 가족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해 설에는 탄핵 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것을 감안, 대통령 명의의 설 선물을 발송하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설 선물에는 소비 증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지난 2012년에는 장애인 생산품에 대한 홍보를 위해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한 떡국과 참기름, 참깨 등이 설 선물로 선정됐다. 지난 2011년에는 쌀 소비 증진을 위해 쌀국수와 잡곡세트를 선물로 보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설 선물에는 늘 전통주가 포함됐다. 지난 2007년에는 송화백일주, 2006년 가야곡왕주, 2005년 이강주, 2004년 국화주 등을 각 지역의 특산품과 함께 발송했다. 각 지역의 특산품을 고루 선정해 ‘지역 안배형’ 설 선물의 원조로도 평가된다.

고향의 특산품을 선물로 애용한 대통령들도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전남의 특산품 김을 설 선물로 보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거제의 멸치를 의원 시절부터 명절 선물로 고집했다. 그의 부친은 거제에서 멸치잡이 어업을 했다.

‘대통령 각하 하사품’이라는 이름으로 설 선물이 전달된 시기도 있다. 전두환씨는 재임 시절인 지난 1981년 중동지역 근로자에게 김치 통조림과 고등어 통조림, 마늘장아찌, 고추장, 김 등을 전달했다. 지난 83년에는 신문 집배원과 광부 등에게 방한 외투, 내의 등을 설 선물로 지급했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새해를 맞아 해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깻잎통조림과 고추장, 김치, 된장, 청국장 등 한국 식료품을 하사품이라는 이름으로 전달했다. 전씨와 고 박 전 대통령은 국내 주요 인사들에게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양을 새긴 상자에 인삼을 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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