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술기업 다이슨이 공인 인증기관에 딴지 걸면서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생떼’를 부리고 있다.
다이슨이 LG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무선청소기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양측의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앞서 다이슨은 지난해 말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A9’이 제품 성능과 관련해 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3번의 심문이 진행됐다. 재판부가 다이슨의 추가 감정 신청을 기각하면서 오는 4월까지 재판이 이어질 예정이다.
문제는 다이슨이 억측으로 재판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점이다. 다이슨은 KTL, 인터텍 등 공인기관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조사·시험했다는 LG전자 측 주장에 “(조사기관의) 신뢰성이 의심된다”고 맞섰다. 또 “시험한 제품이 현재 판매하는 제품과 다른 종류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이는 국내 유일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세계 최대 제품안전시험 및 인증기관인 인터텍의 신뢰도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LG전자 청소기를 흠집 내기 위해 다이슨이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는 다이슨의 조바심이 드러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과거 다이슨은 비싼 가격에도 성능이 좋아 ‘욕망의 청소기’로 불렸다. 70만원 이상의 초고가 청소기 시장도 다이슨 제품이 유일할 정도로 국내 프리미엄 청소기 시장의 제품군은 빈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에서 프리미엄 청소기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70만원 이상 초고가 무선청소기 시장에서 다이슨과 LG전자의 제품 비중은 각각 45%로 조사됐다. 50만원 이상의 제품군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90% 이상이었던 다이슨의 점유율은 4·4분기 60% 수준으로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제품력에서도 다이슨과 국내 기업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진행한 프리미엄 제품 성능평가에서 LG전자는 다이슨보다 다소 우세한 결과를 보였다. LG전자 코드제로 A9은 바닥 먼지 최대 모드, 바닥 틈새 최대 및 최소 모드, 큰 이물, 벽 모서리 등 5개 항목에서 ‘매우 우수’ 평가를 받았다. 다이슨의 ‘V8 플러피 프로’는 바닥 먼지 최대 모드, 바닥 틈새 최대 모드, 큰 이물, 벽 모서리 등 4개 항목에서 ‘매우 우수’가 나왔다.
제품 성능과 점유율 모두 국내 기업에 뒤처지고 있다 보니 다이슨으로서는 조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선 안 된다. 지금 다이슨이 취해야 할 행동은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자사 제품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내부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때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