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5월 내에 열리기로 하면서 북핵 문제를 두고 한반도 정세가 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 논의과정과 관련, ‘패싱’ 우려에 대한 긴장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는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중국·일본·러시아에 보내 본격적인 북핵 협의를 시작했다. 이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일·러 등 주변국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11일 미국에서 돌아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미 결과를 보고했다. 정 실장은 이날 앞서 기자들과 만나 “오는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북·미 정상회담도 성사될 것 같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조기 달성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한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실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용기 있는 결단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 두 번의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되고 외교적 성과가 생기도록 외교·실무적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북과 북·미 간 대화 분위기는 급속도로 진전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핵사찰 비용을 대겠다며 개입 의지를 표명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지난 10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핵사찰을 받을 경우 인원과 기자재 조달에 필요한 초기비용 3억엔(약 30억3000만원)을 일본 정부가 부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어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이다. 이와 비교해 뒤처진 일본이 비핵화에 공헌하는 자세를 보여 존재감을 발휘하려는 것”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도록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패싱에 대한 우려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계기로 중국에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이 일본처럼 한반도 문제에서 배제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 연구원은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을 통해 “사실상 현 과정에서 중국은 아무런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역시 긴장 완화를 원하겠지만, 북·미 거래는 중국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북핵 문제 해결 논의체인 ‘6자 회담’ 의장국이었던 중국은 앞서 한반도 상황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과의 관계는 순조롭지 않게 흘러갔다. 이런 와중에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매개로 ‘직접 소통’에 나서자 중국이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일본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설득한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결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 상황, 문 대통령이 구상한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을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 원장 역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남·북,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의견교환을 한다. 고노 외무상은 김 위원장과 대북특별사절단의 회담에서 북·일관계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를 물어볼 방침이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