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도 OK? 보훈공단의 신뢰기반 관리·감독

[기자수첩] 낙하산도 OK? 보훈공단의 신뢰기반 관리·감독

기사승인 2018-03-18 01:00:00
최근 우리사회를 흔드는 사건들의 핵심은 ‘권한’ 혹은 ‘권력’의 문제다. 사회·문화계에서는 권력과 권한의 남용에 대한 반격으로 평가되는 ‘#Me Too(미투)’ 운동이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논란이, 산업계에서는 한국 지엠(GM, General Motors Corporation) 사태가 대표적이다.

감염관리체계 논란이 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연쇄사망사건이나, 건강보험금 청구·지급 체계의 부실문제가 매번 쟁점이 되는 부당·허위청구 혹은 사무장병원 문제, 잊을만 하면 터지는 C형간염 집단감염과 같은 보건위생문제도 따지고 들어가면 권한과 권력의 문제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때면 언론을 비롯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해당 기관이나 단체를 관리·감독하는 상위 집단의 태도를 지적한다. 사전에 예방이나 해결이 가능했는지 등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꼬집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매번 관리감독의 문제가 제기되고 권력과 권한을 견제하지만, 유사사건들은 수시로 언론 등을 통해 들려온다. 관리감독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믿음’ 혹은 ‘신뢰’로 대변되는 안일한 대처는 관리감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관리감독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며 일의 전체를 지휘하고, 일이나 사람 따위가 잘못되지 않도록 살펴 단속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일련의 관리감독 체계에 믿음 혹은 신뢰가 섞이면 지휘 혹은 견제, 단속이라는 비판적 시각을 가리고 무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최근 벌어진 중앙보훈병원 내부 갈등과 이를 관리·감독할 권한을 가진 보훈복지의료공단의 태도가 전형적인 예다. 중앙보훈병원 소속 의사들은 이정열 중앙보훈병원장의 인사 및 병원행정 과정을 문제 삼아 상위기관인 보훈공단과 보훈처에 민원을 제기하고 감사를 청구했다. 

이 원장이 학연과 지연을 바탕으로 인사전횡을 일삼았고, 병원의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병원 내 의료진들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하는가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들의 불편과 사고 등 병원 내 문제를 방치했다는 내용이다.

심지어 155명 중 149명이 소속된 ‘의사회’라는 친목단체에서는 원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에 참여한 122명(82%) 중 95%(116명)가 불신임에 찬성한 결과도 공단 등에 제출하며 병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훈공단은 일련의 문제제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내부감사에서도 문제는 없었다는 결과만을 내놨다. 취재과정에서 보훈공단은 병원의 자치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소통을 강화한다는 병원장의 해명을 바탕으로 변화를 지켜볼 예정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보도 후 해명자료를 발표하면서도 의사회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직접 사실을 확인하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병원에서 제출한 해명보도문을 믿고 그대로 인용해 일반에 공개했다. 실제 공단 관계자는 “병원에서 거짓을 담아 보고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거짓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인용 공개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사안별로 감사를 비롯해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도, 이 원장 취임 후 중환자실의 사망률 증가나 의사회 등이 제시한 병원 내 사건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원의 특수성을 인정해야한다는 점에서는 공감하면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믿음에 기반한 관리감독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의료계 관계자는 “상위에 보훈처가 있는 상황에서 공단이 중간관리를 하기보다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같은 체계로 개편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부대사업을 통한 재정충당 등 과거 공단의 역할이 축소된 만큼 국가보훈복지의료체계의 개편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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