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마련하겠다”며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28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번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저 역시 마찬가지로 굉장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특별조사단) 조사보고서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검토한 다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 의견에 대해 말씀드리는 기회를 갖겠다”며 “합당한 조치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해 재판개입과 판사사찰을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상고법원 관련 박근혜 청와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사법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15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상고법원 관련 BH 대응전략’ 문건에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과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건,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의 정치자금법 일부 유죄 판결 등을 청와대에 대한 접근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판사사찰 역시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이었던 판사들의 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에 대한 동향을 파악한 문건을 작성했다.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 개인에 대한 사찰도 있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 도입 비판글을 올린 차성안 당시 전주지법 군사지원 판사의 성격과 재판 준비 태도, 가정사, 이메일 등을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논란이 직접적인 수사 등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조사단은 앞서 사찰을 통한 인사불이익 등 뚜렷한 범죄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4일과 지난달 24일 두 차례에 걸쳐 조사단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